“당분간 로봇 막히면 사람이 개입”

하종훈 기자
수정 2026-09-22 18:00
입력 2026-09-22 18:00
마이클 페리 페르소나 AI 총괄
공유 자율성, 현실적 상용화 방식
조선소 휴머노이드 한국이 모델
용접로봇 배치 땐 경제적 가치 커
“완벽한 로봇이 있어도 지금 당장 대규모로 투입할 수 있는 조선소는 ‘0곳’입니다. 적어도 당분간은 로봇이 막힐 때 사람이 개입하는 ‘공유 자율성’이 필요합니다.”
휴머노이드 서밋 서울 2026’ 참석차 방한한 미국 휴머노이드 기업 페르소나AI의 마이클 페리 상업전략 총괄은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서울신문과 만나 완전자율보다 사람과 로봇이 협업하는 ‘공유 자율성’이 당분간 현실적인 상용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로봇이 기본 작업은 스스로 수행하되 막히거나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사람이 원격으로 개입하는 방식이다. 페리는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에서 사업개발 부사장으로 일하며 4족보행 로봇 ‘스팟’의 상용화를 경험한 로봇 사업화 전문가다.
그는 로봇 성능만 높인다고 곧바로 생산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안전장치와 공장 정보기술(IT) 시스템 연동, 작업지시·결과 보고, 배터리 교환, 작업자 개입 체계까지 함께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페리는 “이런 준비에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향후 약 2년을 내다보고 대규모 생산과 현장 배치에 필요한 시스템을 고객사와 함께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 용접의 경우 로봇이 작업할 곳을 인식하고 경로를 계산해 용접한 뒤 결과까지 확인할 수 있지만, 상황이 수시로 바뀌는 실제 조선소에서는 사람이 원격으로 개입해야 할 상황이 생긴다.
페리가 휴머노이드의 유력한 초기 상용화 무대로 주목하는 곳은 자동차공장보다 조선소 등 중공업 현장이다. 그는 자동차업체들을 “자동화의 세계적인 달인”이라고 표현했다. 가치가 높고 생산량이 많은 반복 작업은 이미 상당 부분 자동화돼 있어, 휴머노이드 한 대를 하루 8시간, 16시간, 24시간 활용하려면 “조금씩 다른 15~16개의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조선소는 로봇이 복잡한 구조물을 오가고 용접 때 튀는 불꽃과 금속 찌꺼기, 먼지와 비 등을 견디며 공구까지 정밀하게 다뤄야 하는 등 기술적 난제가 많지만 일감도 풍부하다. 페리는 “용접할 사람이 충분하다면 사실상 하루 24시간 계속 용접할 수 있을 정도로 작업 수요가 많다”라며 “조선업의 작업 효율을 높여 얻는 경제적 가치는 자동차 분야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 이어 “선박 건조능력을 10%만 높여도 엄청난 가치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자동차공장이 주로 비용 절감에 초점을 둔다면 조선소에서는 휴머노이드가 부족한 숙련인력을 보완해 생산량 자체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페리는 한국을 중공업용 휴머노이드 상용화의 선도적인 시험무대로 평가했다. 조선·철강 분야에 세계적인 기업들이 포진해 있고 주요 기업들이 이미 로봇과 인공지능(AI), 첨단 제어시스템을 생산현장에 적용해온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에서 진행되는 이런 움직임이 “중공업을 위한 하나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며 “다른 나라와 산업들도 이를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페르소나AI는 한국에서 HD한국조선해양·HD현대로보틱스와 조선소 용접용 휴머노이드를 공동개발하고 있으며 포스코와도 협력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HD현대로보틱스·페르소나AI 등은 올해 시제품 개발을 마치고 내년부터 현장 실증과 상용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페리는 “당초 발표한 일정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2027년에는 휴머노이드가 용접뿐 아니라 몇 가지 다른 작업에서도 사람 수준의 성능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에는 미국 휴스턴의 용접 자동화 전문업체 아크(ARC) 스페셜티스 등에도 로봇을 배치해 용접 성능을 시험하고 있다. 페리는 이후 다른 곳에서도 시험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지만 이 가운데 HD현대나 포스코가 포함됐는지를 묻자 “말할 수 있게 되면 말하겠다”고 했다.
글·사진 하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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