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 아빠’ 마지막 소원” 재단 설립 무산 위기…후원금 반환 상황 놓였다 [이슈픽]

이보희 기자
수정 2026-09-22 17:49
입력 2026-09-22 17:49

9월 26일까지 최소 재원 5억원 마련해야
17일 기준 2억 6000만원 부족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 절실”

고(故) 전경철 작가. 출판사 이야기장수 SNS 캡처


간암 투병 끝에 중증 자폐아들을 홀로 남기고 지난 5일 눈을 감은 ‘피터팬 아빠’ 고(故) 전경철 작가가 추진했던 피터팬재단 설립이 무산될 위기에 놓인 것으로 전해졌다.

출판사 ‘이야기장수’의 이연실 대표는 지난 2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전 작가님이 돌아가신 지 보름이 지났다”면서 “전 작가님을 지켜봐 주셨던 모든 분들께 알리고 힘을 모아야만 할 일이 있어 간절한 마음으로 소식을 전한다”고 시작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현재 ‘재단법인 피터팬 설립추진위원회’가 세워져 전 작가님의 마지막 말씀을 이루고자 분투하고 계시다”면서 “장애인 거주와 복지 전문가분들이 모여 운영비 단 1원도 쓰지 않고 무급으로 전 작가님의 소원인 피터팬재단을 설립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복지부에서도 재단 설립을 위한 절차와 지원에 힘을 실어 주시고, 사람들도 똘똘 뭉쳐 있는데, 재단법인을 설립하기 위한 기초 재원 요건인 5억원에 창립 자금과 후원금이 많이 모자라 피터팬재단이 설립 직전에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9월 26일까지 재원이 마련되지 않으면 올해 피터팬재단 설립 허가는 무산된다”고 알렸다.

이 대표는 “전 작가님 생전에 피터팬재단 창립회원으로 약정해 주신 분은 2157분이고, 약 3억 9000만원이 약정돼 있다”면서 “그러나 피터팬재단 창립위의 후원금 공식 계좌가 마련되고, 9월 17일 오후 8시 기준 후원해 주신 분은 768분, 총 후원금은 1억 1159만 6619원”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 작가님께서 생전에 ‘안녕, 피터팬’의 인세 수익금과 개별적으로 출연하신 돈 1억 3272만 9220원을 합치면 총 2억 4432만 5839원”이라면서 “아직 피터팬재단 설립을 위한 최소 재원 5억원이 모이려면 2억 6000만원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약정해 주셨던 분들 중 안내 메일이나 문자를 놓치신 분들은 공식 후원 계좌로 후원금을 보내 달라. 그리고 감히 기업의 사회사업을 담당하시는 분들이나 독지가들의 후원도 간곡히 청한다”면서 “최소 재원이 마련되지 않아 피터팬재단 설립이 불발되면 지금까지 모인 후원금은 모두 반환해 드려야 할 상황에 놓인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고(故) 전경철 작가. 출판사 이야기장수 SNS 캡처


이 대표는 “전 작가님은 피터팬 아들을 너무 사랑해서 끝까지 아들을 살릴 곳만을 찾아 온 세상을 헤맸고, 자신과 같은 슬픔을 겪는 이들이 나오지 않길 바라며 피터팬재단과 네버랜드 마을 설립을 위해 숨을 거두는 마지막 그 순간까지 애쓰셨다”면서 “아무도 아들을 받아 주지 않아 당신의 손으로 아들과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내려야 하나 망설이던 때를 회고하시면서 통곡하시다가도, 피터팬재단 창립 후원 약정액이 1억, 2억 모일 때는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고 어린아이처럼 기뻐하셨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전 작가님의 삶과 죽음에 모두 애도하고 마음 아파하시며 어떻게든 돕고 싶어 하셨던 것처럼, 피터팬재단에 부디 힘을 모아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27년간 아들 키운 ‘피터팬 아빠’…마지막 소원은 ‘네버랜드’
고(故) 전경철 작가. 유튜브 채널 ‘실화 On’ 캡처


전 작가는 아내와 이혼한 뒤 중증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들 제원씨를 27년간 홀로 키웠다. 정신연령이 2~3세 수준인 아들에게 ‘피터팬’이라는 애칭을 붙였다.

그는 지난해 4월 갑작스럽게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뒤 자신이 세상을 떠난 후 아들이 홀로 남겨질 것을 걱정했다.

전국의 보호 시설 약 1000곳을 찾아다니며 아들이 생활할 수 있는 곳을 알아봤지만, 중증 자폐인을 받아 줄 기관을 쉽게 찾지 못했다. 이 같은 여정을 담은 에세이 ‘안녕, 피터팬’을 지난 6월 출간하기도 했다. 책 출간 이후 독자들의 후원이 이어졌고, 아들 제원씨는 최중증 발달장애인을 위한 공동체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됐다.

전 작가는 자신의 저서 인세와 관련 수익 등을 재단 설립 기금으로 내놓으며 24시간 돌봄이 가능한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자신과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중증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자녀의 미래를 걱정하다 극단적인 상황까지 내몰리는 일이 더는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

피터팬재단 설립추진위원회 페이스북 캡처


고인의 뜻은 변경희 피터팬재단 설립추진위원장이 이어받았다. 변 위원장은 한신대 재활상담학과 교수로 장애인 자립과 주거 분야를 연구해 온 전문가다.

변 위원장의 목표는 재단을 공식 출범시킨 뒤, 성인 중증 자폐인을 위한 자립공동홈 ‘피터팬의 네버랜드’ 10곳을 구축·운영하는 것이다. 공공 복지의 사각지대로 내몰린 성인 중증 자폐인들이 인간다운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마을을 만들어 벼랑 끝 부모와 자폐인들의 ‘안전망’이 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금이 재단 설립의 가장 큰 고비”라며 “최근에 재단 블로그와 페이스북 계정도 만들었다. 재단이 첫발을 떼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이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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