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비 급한데 지원금은 84일 뒤…고령·저소득층 ‘발 동동’

이현정 기자
이현정 기자
수정 2026-09-22 14:18
입력 2026-09-22 14:18

승인 평균 8일…지급까진 석 달
지원액 두 배 늘었지만 예산 26%↓
지급 96% 저소득층·81% 고령층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병원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재난적 의료비를 신청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지만, 실제 지원금을 받기까진 평균 84일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재난적 의료비 신청부터 실제 지급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83.7일이었다. 2023년 21.3일에서 2024년 22.2일, 지난해 35.4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2023년의 3.9배 수준으로 길어졌다.


재난적 의료비는 소득에 비해 과도한 의료비가 발생한 국민에게 병원비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다. 갑작스러운 질병으로 가계가 무너지거나 병원비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일을 막기 위한 의료 안전망인 셈이다.

문제는 승인 이후의 대기 시간이다. 올해 신청부터 승인까지는 평균 8.4일이 걸렸다. 신청부터 실제 지급까지 걸린 83.7일에서 이를 단순 차감하면 심사를 통과하고도 평균 75.3일을 더 기다린 셈이다. 신청부터 지급까지 무려 455일이 소요된 사례도 있었다.

건보공단은 신청 증가와 예산 부족으로 지급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지원 건수는 2023년 3만 3585건에서 지난해 6만 1061건으로 81.8% 늘었고, 같은 기간 지원액도 1010억 1600만원에서 2004억 300만원으로 98.4% 증가했다. 건당 평균 지원액 역시 300만 8000원에서 328만 2000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올해 사업 예산은 1503억 64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519억 9900만원(25.7%) 삭감됐다. 지난해 실제 지원액보다도 500억원가량 작은 규모다. 그 결과 올해 8월 말 기준 이미 전체 예산의 89.8%인 1349억 8400만원이 집행된 상태다.

지원 대상 대부분은 당장 병원비를 마련하기 어려운 저소득·고령 환자였다. 올해 8월까지 재난적 의료비가 지급된 3만 9749건 가운데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이 58.3%를 차지했다. 기준중위소득 100% 이하까지 합치면 95.6%에 달했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이 전체의 80.5%였으며, 이 가운데 70세 이상만 따져도 57.5%에 이르렀다.

소 의원은 “심사는 평균 8일 만에 끝났는데 승인받은 환자가 지원금을 받기까지 다시 평균 75일을 기다려야 한다면 제대로 된 지원이라고 할 수 없다”며 “전년도 지급 실적과 고령화 추세를 반영해 필요한 예산을 충분히 편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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