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 ‘독일판 맘다니’ 떴다… 집권당은 주의회 퇴출 수모

조희선 기자
조희선 기자
수정 2026-09-22 00:32
입력 2026-09-22 00:32

기독민주당 사상 최악의 성적표

옛 동독 지역서 극우에 1당 내주고
득표율 4.9% 그쳐 원내 진입 좌절
베를린선 극좌 1당… 기민당은 2당

소통 미흡·불경기·연정 피로감 누적
잇단 참패에 메르츠 리더십 치명타
베를린 첫 ‘좌파 시장’ 나오나 독일 베를린 주의회 선거에서 사상 처음으로 승리한 좌파당의 엘리프 에랄프(가운데)가 20일(현지시간)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지지자들과 환호하고 있다. 튀르키예에서 망명한 부모를 둔 에랄프는 좌파당이 1당을 확정해 연립정부를 구성하면 첫 좌파당 소속에 첫 이민가정 출신 베를린 시장이라는 기록을 쓰게 된다.
베를린 AFP 연합뉴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이끄는 중도보수 집권 기독민주당(CDU)이 20일(현지시간) 치러진 2개 지역 주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과 극좌 정당에 나란히 완패했다. 특히 기민당은 창당 81년 역사상 처음으로 주의회 의석 확보에 실패하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들면서, 메르츠 총리의 리더십을 둘러싼 책임론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21일 외신을 종합하면 옛 동독 지역인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 주의회 선거 개표 결과 극우 성향의 독일대안당(AfD)이 38.2%를 득표해 기민당의 연정 파트너인 사회민주당(SPD·35.5%)을 제치고 제1당에 올랐다. 반면 기민당은 득표율 4.9%에 그쳐 원내 진입 최소 기준인 ‘득표율 5%’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주의회에서 퇴출당했다. 전후 사상 최악의 주의회 성적이다.




같은 날 치러진 수도 베를린 주의회 선거에서도 극좌 성향의 좌파당이 득표율 25.7%로 제1당을 확정 지었다. 기민당(18.8%)과 AfD(16.3%)가 뒤를 이었으며, 사민당은 12.1%로 제5당까지 추락했다. 지난 6일 작센안할트주 주의회 선거에서 약 44%에 달하는 득표율로 기민당에 압승을 거뒀던 AfD는 이번에도 ‘텃밭’인 동부 지역에서 지지세를 재확인했다. 아울러 전통적으로 진보 성향이 강한 베를린에서까지 거침없는 약진을 이어갔다.

좌파당 베를린 시장 후보로 나선 엘리프 에랄프는 이번 선거에서 ‘부동산 기업 소유 주택 국유화’라는 파격적인 공약을 앞세워 표심을 사로잡았다. 좌파당 주도로 연정이 구성될 경우 ‘베를린의 맘다니’ 에랄프는 첫 좌파당 출신 베를린 시장이라는 기록을 쓰게 된다. 에랄프는 21일 기자회견에서 “맘다니 뉴욕 시장의 성공은 본보기”라며 “감당 가능한 삶과 사회적 정의, 통합의 정치가 승리할 수 있다는 신호를 전세계에 보냈다”고 밝혔다.



반면 메르츠 총리는 이번 참패로 정치적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이 같은 상황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는 메르츠 총리 개인의 리더십 문제가 꼽힌다. 같은 당 소속 전임 총리인 앙겔라 메르켈이 타협과 절충의 리더십으로 16년 장기 집권을 기록했던 것과 달리 취임 16개월차인 메르츠는 일방적 소통 방식이 문제로 지적된다. 개혁 과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당위성만 강조하고 정작 지역 민심은 세심하게 살피지 않아 유권자의 반감을 샀다는 분석이다. 중도 대연정에 대한 피로가 쌓이면서 양극단의 정당으로 민심이 쏠렸다.

민심 이반을 부른 개혁 과제 중 하나로는 연금 개혁이 꼽힌다. 특히 장기 가입자가 연금 감액 없이 조기 퇴직할 수 있는 이른바 ‘63세 연금’ 제도를 폐지·축소하는 방안이 검토되며 논란이 거세다. 최근 경기 침체와 생활비·유가 상승 등으로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상황에서 이러한 연금 개혁은 되려 민심을 악화시켰다.

조희선 기자
2026-09-2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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