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의학 정보 속에서 나에게 꼭 필요한 정답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진짜 명의에게 물어봐’는 분야별 최고 권위자를 직접 만나 질병의 근본 원인과 실질적인 해법을 과학적으로 짚어보는 연재 기획입니다. 단순한 치료법 안내를 넘어, 독자 여러분의 불안을 덜고 건강한 삶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명의의 깊은 통찰을 담아내겠습니다. 이 연재가 여러분의 소중한 일상을 지키는 든든한 길잡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평소 앓고 있는 질환이나 건강에 대해 명의에게 직접 묻고 싶은 점이 있다면 아래 댓글로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여러분의 질문을 바탕으로 다음 연재를 준비하겠습니다.
김포우리병원 이철현 뇌혈관센터장
뇌동맥류는 때를 가리지 않는다. TV를 보다가, 밥을 먹다가, 양치질을 하다가 터진다. 화장실에서 힘을 주다가 터지기도 한다.
이철현 김포우리병원 신경외과 뇌혈관센터장은 최근 서울신문 유튜브 채널 ‘진짜 명의에게 물어봐’에 출연해 “평소 아무 증상 없이 TV를 보거나 식사나 양치질을 하던 중, 혹은 대변을 보다가 갑작스러운 두통과 함께 응급실로 실려 오는 분들이 많다”면서 “심지어 30% 정도는 주무시다가 동맥류가 파열된다”고 경고했다.
뇌동맥류는 뇌혈관 특정 부위가 포도송이나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것을 말한다. 부푼 자리는 혈류 압력을 쉬지 않고 받는다. 이 과정에서 혈관벽은 약해지고 언제 터질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머릿속 시한폭탄’이라 불린다. 전체 인구의 2~5%가 가지고 있을 정도로 비교적 흔하며, 국내에서만 매년 약 2만 5000명이 치료를 받는다.
자다가 터지면 손쓸 틈이 없다. 이 센터장은 “자다가 뇌동맥류가 터진 경우 아침에 보호자가 발견해 응급실로 모시고 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큰 불행일 수 있다”고 했다.
벼락 맞은 듯한 통증… 미세 출혈 알리는 ‘감시성 두통’ 주의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통증은 의학적으로 ‘벼락 두통’이라 부른다. 살면서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통증이 벼락처럼 머리를 친다.
그러나 모든 파열이 예고 없이 터지는 것은 아니다. 뇌동맥류가 완전히 터지기 전 미세한 출혈을 조금씩 계속 일으키는 전조증상이 있는데, 이를 ‘감시성 두통’이라고 부른다. 또한 동맥류의 크기가 커 주변 뇌신경이나 조직을 압박할 경우 눈꺼풀이 처지거나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뇌신경 마비 증상이 미리 관찰되기도 한다.
한 번 터진 동맥류는 다시 터지기 쉽다. 이 센터장은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24~48시간 안에 재파열될 위험이 매우 높고, 재파열 시에는 손을 쓰지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며 “두통으로 응급실에 왔을 때는 재파열을 막는 치료를 최대한 빠르게 받는 것이 생사를 가른다”고 강조했다.
특히 응급실 도착 당시의 환자 상태가 예후를 결정한다. 초기에 단순 두통인 상태로 신속히 병원을 찾으면 경과가 좋지만, 이미 의식을 잃거나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올 정도로 늦어지면 수술에 성공하더라도 예후가 매우 나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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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 내 시술부터 최소침습 개두술까지… 개인별 맞춤 치료뇌동맥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동맥류의 크기다. 크기가 클수록 파열 위험이 급격히 높아지므로 발견 즉시 치료가 필요하다. 크기가 작더라도 파열 위험이 높은 위치에 있거나 다발성인 경우, 과거 파열 이력이 있는 경우에는 적극적인 치료가 고려된다.
과거와 달리 최근 뇌혈관 신경외과의 치료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동맥류의 모양, 환자의 나이, 병력, 수술에 대한 두려움의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인별 맞춤 치료’를 진행한다.
코일색전술은 머리를 열지 않고 다리 쪽 큰 혈관을 통해 얇은 관을 뇌동맥류까지 접근시킨 뒤, 백금으로 된 아주 얇은 실(코일)을 차곡차곡 채워 넣어 파열을 막는 방식이다. 개두술을 하지 않아 환자의 신체적 부담이 매우 적다.
최소침습 개두술의 경우 모든 동맥류를 색전술로 치료할 수는 없어 머리를 열고 동맥류를 직접 묶어주는 결찰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손바닥만 한 크기로 머리뼈를 크게 열어야 했지만, 정밀 검사 기법의 발전으로 최신 기법은 ‘최소침습’으로 진행된다. 눈썹 위나 머리 옆쪽을 2~3cm 정도만 조그맣게 절개해 두개골을 연다. 통증과 몸에 가해지는 부담이 적어 수술 후 2~3일이면 퇴원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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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이상 뇌혈관 검진 필수… “미리 발견하면 비극 예방”뇌동맥류 파열을 막으려면 혈관에 무리를 주는 생활 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흡연, 음주, 스트레스, 과도한 피로를 피하고 고혈압·당뇨·고지혈증 등 만성 질환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예방법은 증상이 없을 때 선제적으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가족력이 있거나 40대 이상이라면 평소 증상이 없더라도 한 번쯤 뇌자기공명영상(MRA)이나 뇌혈관 CT를 통해 본인의 뇌혈관 상태를 체크해봐야 한다”고 권유했다.
검사 결과 뇌혈관에 이상이 없고 위험 인자가 없다면 5년에 한 번 정도 검사를 받으면 충분하다. 그러나 동맥류가 발견되어 추적 관찰을 선택했거나, 가족력 또는 과거 파열 치료 이력이 있는 경우에는 2년에 한 번씩 뇌혈관 검사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이 센터장은 “평생 건강하던 분도 갑작스러운 뇌동맥류 파열로 의식을 잃거나 후유증이 남고, 심지어 목숨을 잃기도 한다”며 “선별 검사를 통해 미리 발견만 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안타까운 경우를 자주 본다. 뇌혈관 신경외과의 눈부신 발전을 믿고, 미리 정밀 검진을 받아 인생 최고의 불행을 사전에 예방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