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국제형사재판소(ICC)의 금융 거래를 사실상 차단하는 고강도 제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쟁 범죄나 반인도주의 범죄를 저지른 국가의 전현직 국가 원수에 대해 형사적 책임을 묻는 ICC를 해체시키겠다며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자체 입수한 미국 정부 문건과 당국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유엔총회 기간인 이번 주 또는 그 직후 ICC에 대한 대규모 제재를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제재안은 6∼7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친 뒤 통신 서비스 관련 거래를 제외한 ICC와의 금융 거래를 대부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경우 ICC는 달러 결제가 불가능해 직원 급여 지급과 해외 사무소 운영 등 조직 운용이 사실상 마비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네스코와 세계보건기구(WHO) 등 일부 국제기구에 대해 미국 측 분담금을 줄이거나 개별 인사 제재를 가한 적은 있지만 거래 금지 등 금융 제재까지 단행한 적은 아직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ICC가 지난 2024년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한 이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아카네 도모코 ICC 소장 재판관 등 주요 인사에 대해 미국 내 자산동결과 입국 제한 등 제재를 가한 데 이어 동맹국에 ICC 해체 캠페인에 참여하라고 촉구했다.
로마 조약에 따라 2002년 네덜란드 헤이그에 설립된 상설 국제재판소인 ICC는 네타냐후 총리 외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에 대해 각각 전쟁범죄 혐의와 반인도적 범죄인 살인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실제로 지난 3월 필리핀에서 체포돼 헤이그로 압송됐으며 최근 법정에 출석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해 말 미국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 퇴임 후 불기소를 보장하도록 ICC에 규정 개정을 요구했고, 응하지 않으면 추가 제재 가능성을 압박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