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빈의 미래완료] ‘개방’이 소유물이 되다

수정 2026-09-21 00:37
입력 2026-09-20 21:05

엔비디아, 허깅페이스 인수
GPU부터 AI 모델 개발까지
전 과정 독자적 체제 완성
플랫폼 개방 약속 믿을 수 있나

지난 9월 2일 엔비디아의 허깅페이스 인수 계약이 성사되었다는 소식이 나왔다. 인수 총액은 129억 3000만 달러로,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119억 달러에 더하여 회사에 남기로 한 직원들에게 지분 보상으로 최대 10억 달러가 더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법적 승인이 이루어지면 내년 상반기 완료가 전망된다. 엔비디아는 이미 작년 12월 반도체 스타트업 그록을 200억 달러에 사들인 바 있으며 이번 건은 엔비디아 역사상 두 번째로 큰 인수합병이다.

허깅페이스는 개방된 플랫폼으로서 인공지능(AI) 업계의 표준 저장소로 불리는 곳이다. 1800만 명이 넘는 개발자가 참여하여 작업을 서로 공유하는 곳으로, 300만 개 이상의 모델이 나와 있으며 고객 기업만 해도 20만 개가 넘는 곳이다.


폐쇄형 기업인 앤스로픽이나 오픈AI 등 선도 기업들의 개발자들 또한 이곳을 개발과 모델 검증의 중요한 플랫폼으로 이용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인공지능 발전의 엔진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가 이곳을 완전히 소유하게 되는 계약이 성사되었다는 소식은 큰 파장을 던지고 있다.

많은 이들은 이 인수의 동기에 주목한다. 젠슨 황은 허깅페이스 집단 해킹 사건이 벌어진 직후인 7월 24일, 인공지능 업계가 소수 기업의 기술 독점에 지배당하지 않고 또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오픈 모델에 대한 접근을 더 많은 스타트업과 대학 연구소들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글을 발표하였다. 이 서한에 25개 기업이 서명하였고 동참한 기업은 하루 만에 50개사로 나흘 뒤엔 150개사 이상으로 불어났다. 처음엔 빠져 있던 오픈AI와 구글과 아마존 또한 이 흐름에 곧 합류했다. 흥미롭게도 안전이 최고의 가치임을 목놓아 외치는 앤스로픽이 끝까지 참여하지 않았다.

최근 업계에 충격을 던졌던 중국 모델 키미 K3에 대해서도 황은 중국 모델 또한 성능만 뛰어나면 얼마든지 써야 한다고 하면서, 모델 하나에 세계가 의존하는 순간 그것이 곧 약한 고리, 단 하나의 공격 지점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벌어진 이번 인수는 단순한 엔비디아의 사업 확장이 아니라, 끝내 문을 걸어 잠근 진영에 맞서서 오픈소스 생태계 전체를 지켜내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그럴 법한 일이다. 이 폐쇄형 인공지능의 선도기업들은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을 벗어나기 위해 독자적인 GPU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엔비디아는 자신들의 제품에 대한 시장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오픈소스 모델들이 왕성하게 발전할 수 있는 장을 지켜내야 한다. 그런데 그 결과는 한걸음 더 나아간다. 엔비디아는 이제 GPU 생산에서 시작하여 인공지능 모델의 개발에 이르는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갖춘 이른바 ‘풀 스택’ 체제를 갖출 수 있게 되었다. 장군을 멍군으로 받으면서 동시에 거꾸로 장군을 친 셈이다.

이 거래가 완결되는 데에는 아직 장벽이 있다. 세계 최대 시가총액 기업이 업계에 필수적인 인프라를 완전히 집어삼키는 일을 ‘빅3’의 이익과 무관하지 않은 미국 규제당국이 순순히 승인할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고래들의 힘싸움 와중에 터지는 새우등이 있다. 바로 ‘오픈소스’의 공간이다.

물론 황은 허깅페이스가 앞으로도 개방형 플랫폼으로 남을 것이며 엔비디아 컴퓨팅을 강요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다만 그 약속을 지킬지 말지를 결정할 권한 자체가 이제 전적으로 한 회사에 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지난 2018년 오픈소스 개발자들의 놀이터였던 깃허브가 마이크로소프트에 75억 달러에 인수됐을 때에도 개발자 커뮤니티가 대기업 품에서도 중립성을 지킬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나온 바가 있었다. 이 질문의 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고, 훨씬 더 큰 판에서 이 질문은 똑같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개방’이 소유물이 된 것이다. 서로 다른 논리를 가진 이 두 명사는 공존할 수 있을까. 한 쪽이 이긴다면 어느 쪽일까.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2026-09-2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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