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월급 300만원에도 기사 없다”…빈 택시 운전대 잡는 외국인들
이지 기자
수정 2026-09-20 20:10
입력 2026-09-20 17:15
법인택시 기사 10년 새 33.5% 감소
외국인 기사는 2배 증가해 역대 최대
“거부감 줄일 관리체계·인식 개선 필요”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 플랫폼에는 월급 300만원 안내와 함께 ‘중국 국적(교포) 환영합니다. F-4·F-5 비자 취업 가능’ 문구를 내건 서울의 한 법인택시 회사 구인공고가 올라왔다. 고령화와 열악한 처우 속 법인택시 인력난이 심화하면서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기사들이 ‘서울의 택시운전사’로 변모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 지원자 10명 중 2명꼴로 외국인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20일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전국 법인택시 운수종사자는 2016년 11만 2890명에서 올해 8월 7만 5109명으로 10년 새 33.5% 감소했다. 65세 이상 기사도 1만 3532명에서 2만 7537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기사는 54명에서 122명으로 2배 넘게 늘었다.
외국인 택시기사 증가세는 건설·제조업 고용 부진으로 기존 외국인 일자리가 줄어든 것과 국내 택시업계 인력난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법인택시의 경우 장시간 노동에 수입도 한정적이다 보니 한국인 기사들은 점차 개인택시로 옮기고, 그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외국인 기사들이 메우게 된 것이다.
서울의 한 법인택시 기사는 “동료 기사들이 여럿 그만두면서 예전엔 보이지 않던 외국인 기사가 올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지난 2월 법인택시 기사로 취업한 중국 국적의 정상학(50)씨는 “건설현장은 일이 끊기면 수입이 없어 꾸준히 할 수 있는 택시기사 일을 찾았다”고 말했다.
운전기사 부족으로 외국인력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버스업계에서 먼저 있었다. 서울시는 2024년 마을버스 기사 인원이 600명가량 부족하자 E-9 비전문취업 비자로 외국인 기사를 채용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했다. 다만 고용노동부가 승객 안전과 의사소통, 운전기사의 숙련도 등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추진을 철회했다. 일부 마을버스 회사에서는 취업 가능한 체류자격을 가진 외국인 기사를 채용하고 있는 상태다.
택시회사들은 심각한 인력난을 고려하면 외국인 기사 채용이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이들이 현장에 적응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기사가 없어 택시 95대 중 25대 이상을 접은 한 택시회사의 관리부장 김점숙(64)씨는 “가동률이 바닥을 맴도는 상황이라 외국인 택시기사도 환영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일부 손님들은 외국인 기사에 거부감을 보이기도 해 기사들이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막연한 거부감이나 혐오, 안전 우려로 이어지지 않도록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저출산으로 외국인 노동자 유입은 노동계에서 피할 수 없는 현상인 만큼, 범죄 경력이나 한국어 능력 등을 확인해 내국인의 불안감을 줄일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외국인 혐오를 줄이고 타자와의 ‘다름과 차이’를 받아들이는 사회적 ‘톨레랑스’(관용)를 높이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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