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유급휴일도 ‘사업장 체급순’…5인 미만 직장인 55% “남의 일”
정회하 기자
수정 2026-09-20 14:48
입력 2026-09-20 14:48
근로기준법 “공휴일 유급휴일 보장”에도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예외 원칙 그림자
法 적용 확대안 6건… 모두 상임위 계류 중
서점에서 일하는 30대 여성 박모씨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한숨이 이어진다. 서점이 근로기준법의 보호 범위 바깥에 있는 ‘상시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이라 유급휴일을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박씨는 “남들이 다 쉬는 ‘빨간 날’이나 명절에 쉬더라도 아무런 수당을 챙길 수 없다”면서 “손해 보지 않으려면 일을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상시 근로자가 5인 미만인 영세 사업장 노동자 2명 중 1명 이상이 공휴일에 유급으로 쉬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이 보호하는 범위 바깥에 있어, 사업장 규모에 따라 ‘쉴 권리’가 보장되는 수준이 다르다는 지적이 반복되고 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6월 1~7일 전국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의 55.6%가 ‘공휴일에 유급으로 쉴 수 없다’고 답했다고 20일 밝혔다. 300인 이상 사업장(16.0%)의 약 3.5배 수준이다.
이 같은 격차는 근로기준법이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는 ‘입법 공백’ 탓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공휴일과 대체공휴일을 유급으로 보장하도록 규정한다. 다만 근로기준법 자체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만 적용돼 5인 미만 사업장은 유급휴일 보장 범위에서 벗어나 있다. 이에 따라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에서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정한다’는 별도의 약정이 없다면 공휴일 휴무 시 아무런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구조다.
국내 사업체의 구조를 고려하면 불균형 문제는 더욱 두드러진다. 고용노동부의 ‘규모별 사업체 수 및 종사자 수 현황’을 보면 2024년 기준 5인 미만 사업장은 132만 4844곳으로 전체(210만 5093곳)의 62.9%를 차지한다. 종사자는 317만 8175명으로 적지 않다.
국회에서도 5인 미만 사업장을 근로기준법 보호 범위에 포함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진척은 없다. 2024년 8월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 적용 범위를 5명 이상 사업장에서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데 이어 총 6건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모두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최지인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노동자의 쉴 권리는 당연한 기본권임에도 사업장 규모에 따라 휴식권 보장 여부를 다르게 만들어 차별을 조장했다”며 “명절만큼은 누구나 걱정 없이 쉴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전면 확대 적용해 법적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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