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 다 키워” 29년 탄 포터에 ‘고별편지’ 쓴 가장 찾았다…현대차 임원도 손편지 [이슈픽]

권윤희 기자
수정 2026-09-18 16:46
입력 2026-09-18 16:46
29년간 44만 8000㎞를 함께 달린 1t 트럭 포터에 작별 편지를 남겨 화제가 된 차주에게 현대자동차 임원이 직접 손편지로 답했다.
18일 현대차에 따르면 윤효준 현대차 국내사업본부장 전무는 최근 포터 차주 최영두(79)씨에게 감사패와 꽃다발을 전달하고 손편지를 보냈다.
윤 전무는 편지에서 “최영두님께서 포터와 함께 써 내려오신 29년의 시간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새벽길을 달려오신 지난 시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포터의 운전석에서 한 가정을 든든히 지켜낸 한 아버지의 삶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적었다.
이어 “포터에 남겨주신 손편지는 ‘우리가 왜 차를 만드는가’에 대한 답으로 저희 가슴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라고 했다.
최씨의 사연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에 ‘고별 운행’이라는 제목의 손편지가 붙은 파란색 포터 사진이 퍼지면서 알려졌다.
최씨는 1997년 10월부터 이 차를 몰았다. 동네 슈퍼마켓을 돌며 빵을 납품하던 시절부터 함께한 생계 수단이었다. 5년 전 납품 일을 그만두고 경비 업무를 시작한 뒤에도 차를 팔지 않고 출퇴근용으로 이용했다.
그는 포터에 남긴 편지에서 “29년을 동고동락한 사랑하는 나의 친구에게”라며 “우리 서로 만나 IMF의 역풍도 겪었고 그 긴 시간 너는 묵묵히 나의 고생을 감당해줬다”고 썼다.
이어 “그 덕분에 두 아이를 키우고 교육시켜 지금은 각자의 길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다”며 “이 모든 기쁨은 네가 있어 가능했다. 정말 고맙다. 그리고 무사고로 달려줘서 진짜 고맙구나”라고 했다.
29년을 함께한 포터를 떠나보내게 된 것은 큰 고장 때문이 아니었다. 차체 철판이 삭아 구멍이 생기고 단종된 부품을 더는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결국 폐차를 결정했다.
최씨는 “29년 동안 한 번도 고장 나지 않은 부분이 많아 폐차하기에는 너무 아까웠다”고 했다.
편지 마지막에는 자동차를 오랜 친구처럼 떠나보내는 최씨의 마음이 담겼다.
“너는 제철소로 가서 다시 태어나지만 나는 이제 나이 80에 ‘다시’라는 것이 별로 와닿지 않는다. 잘 가라, 더 좋은 사람 만나라. 안녕.”
사연이 알려진 뒤 현대차는 공식 SNS에 “차주님, 혹시 이 글을 보고 계신다면 현대자동차가 꼭 인사를 전하고 싶다”며 최씨를 찾아 나섰다. 지난 8일에는 “많은 분들의 제보와 관심 덕분에 드디어 차주님께 연락이 닿았다”고 밝혔다.
한 가족의 생계를 29년간 실어 나른 포터에 차주가 남긴 작별 편지는 자동차를 만든 이들에게도 “우리가 왜 차를 만드는가”를 되묻는 답장으로 돌아왔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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