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학교, 또 ‘님비’에 좌절되나…눈물 호소에도 “떠나라”

김가현 기자
수정 2026-09-17 22:08
입력 2026-09-17 22:08
은평구 이전 무산 악몽 재현 우려
北 이탈 청소년 학교 건립 추진에
인근 주민 “동의 없었다” 소송 예고
주민 찬반 충돌…교장 무릎 꿇기도
“처음에 여명학교가 들어올 때 3년 동안 임시 사용이라고 하셨습니다. 왜 약속을 어기십니까.”(서울 강서구 주민)
“7개 부지를 검토했지만, 강서구 부지가 가장 적합해 관계기관 협력 끝에 결정했습니다. 여기가 아니면 어디로 가야하죠?”(김오영 서울시교육청 학교지원과장)
북한이탈주민 청소년 대안교육기관인 여명학교의 건립을 둘러싸고 인근 주민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여명학교가 관계기관 협력 끝에 새 둥지 마련을 눈앞에 두고 있었지만 또다시 ‘님비’에 부딪히면서 건립 추진이 삐걱대는 모양새다.
서울시교육청은 17일 저녁 7시 서울 강서구 여명학교에서 옛 염강초등학교 부지 내 유아교육진흥원과 여명학교 교사 건립안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지난달 12일 열린 설명회 이후 주민 의견 수렴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추가로 마련한 자리다.
주민들은 여명학교가 해당 부지를 3년 동안 임차해 사용하기로 했던 만큼, 당초 계획대로 다른 부지로 이동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해당 부지에 유아교육진흥원도 설립될 예정인 가운데 여명학교 건립이 병행 추진되는 것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 주민은 “주민 의견 수렴 없이 진행되는 사업은 무효”라면서 “주민 협의체 구성을 요청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주민은 서울시교육청 등 관계기관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김오영 서울시교육청 학교지원과장은 “관계기관이 2024년부터 논의를 시작해서 지난 7월 여명학교 신축 업무협약(MOU)이라는 결실이 맺어진 것”이라면서 “교육청엔 탈북학생 지원 조례가 있고 그런 사회적 책무가 있기 때문에 이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이 제기한 유아교육진흥원 시설 축소 등 우려에 대해서도 “신규 계획을 보면 건물 면적이 당초보다 오히려 1000㎡ 늘어난다”고 일축했다.
주민들 간 찬반 의견이 충돌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강서구에 36년 거주했다고 밝힌 한 찬성 측 주민은 “아무리 욕심 많은 사냥꾼도 자기 품에 날라온 파랑새(여명학교 학생들을 빗댄 표현)는 잡지 않는다”면서 반대 측 주민들의 자제를 촉구했다. 그러자 반대 측 주민들은 “진짜 강서구 사는 것 맞느냐”면서 ‘반대’를 연달아 외쳤다.
분위기가 격앙되자 조명숙 여명학교 교장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주민들에게 설립 찬성을 호소했다. 그러자 일부 반대 측 주민들은 “나도 무릎을 꿇겠다”고 앞에 나섰다.
서울시교육청은 주민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명학교 건립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여명학교 건립은 교육감 관심 사안”이라면서 “주민들과의 갈등 해소를 위해 착공이 당초 계획보다 늦어질 수는 있지만 사업이 무산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청은 이대론 추가 주민설명회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비대위 관계자 등과 간담회를 가지는 방식으로 추가 협상을 이어갈 계획이다.
여명학교는 북한이탈주민 청소년의 한국 사회 적응을 지원하기 위해 2004년 관악구에 설립됐다. 2019년 은평구 이전을 추진했지만 주민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이후 2023년 3월부터 강서구 옛 염강초 건물을 빌려 사용하고 있다. 이후 지난 7월 현대차 지원 60억원과 여명학교가 모은 재원 등을 활용해 현재 부지에 교사를 신축하는 방안이 마련됐다. 서울시교육청이 부지를 제공하고, 통일부가 행·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도 체결됐다.
김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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