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잠자던 단층’ 움직여 지진 장기 반복…부산대·중국 공동연구 사이언스지 게재

정철욱 기자
정철욱 기자
수정 2026-09-18 03:05
입력 2026-09-18 03:05
만탑산 일대의 지형과 지진 분포도. 원의 크기와 색은 각각 지진 규모, 추정 진원 깊이를 나타낸다. 흰색 별은 2017년 있었던 6차 지하핵실험 위치다. 지진이 핵실험장에서 북북서 방향으로 평행 구조를 이루며 뻗어있다. 부산대 제공


북한 핵실험 이후 실험장이 있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만탑산 일대 단층이 재활성화돼 지진활동이 수년간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부산대는 김광희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중국 청두이공대학교 판싱리 교수팀, 중국과학원, 중국지진국, 산둥대학교 연구진과 공동 연구한 결과 이같이 규명했다고 17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미국 동부시간으로 17일 세계적 권위의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스(Science)’에 ‘북한 풍계리 핵실험이 만탑산의 잠자던 단층을 다시 움직였다’는 제목으로 게재된다.

연구팀은 한국과 중국 동북부에서 관측한 17년간의 연속 지진파 자료를 분석해 만탑산 주변의 장기 지진활동과 기존 단층의 점진적인 재활성화 양상을 살폈다.

그 결과 2017년 6차 핵실험 이후 잠잠했던 두 개의 북북서 방향 기존 단층대를 따라 지진활동이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분포가 더욱 뚜렷해진 사실을 확인했다. 북한은 2006년부터 2017년까지 만탑산 일대에서 6차례 지하핵실험을 했으며, 6차 핵실험의 규모가 가장 컸다.



주목할 점은 미국 네바다와 옛 소련 세미팔라틴스크 실험장의 경우 지하 핵실험 직후 다수 작은 지진, 붕괴가 발생하고 수일에서 수주 사이에 감소했지만, 풍계리에서는 지진이 장기간 지속됐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반복된 핵실험이 만탑산 지각에 균열과 손상을 누적시키고, 지각 내부의 저항하는 힘인 응력의 분포를 변화시켰으며, 시간이 흘러 응력이 재분배되면서 단층의 미끄러짐이 촉진된 것으로 해석했다.

핵폭발이 끝난 후에도 지하 암반 내부에 손상이 누적돼 영향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잠자고 있던 단층이 다시 움직이고 지진활동이 수년 동안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스(Science)’에 ‘북한 풍계리 핵실험이 만탑산의 잠자던 단층을 다시 움직였다’는 게재되는 논문 연구에 참여한 부산대 연구진. 왼쪽부터 손유진 박사수료 대학원생, 주형태 박사, 김광희 교수, 강수영 연구교수, 이현주 연구원. 부산대 제공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핵실험 감시뿐만 아니라 인간 활동이 촉발하는 지각 변동에 대한 이해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

김 교수는 “핵실험이 아니라도 지하공간 개발, 지하 유체 주입 등 인간의 활동이 지각에 손상을 누적시키고 단층에 영향을 줘 지진 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대규모 지하 구조물 조성 등 활동을 할 때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안정성을 평가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2017년 발생한 포항지진이 지열발전 유체 주입에 따른 촉발지진(인간의 활동으로 발생한 지진)일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결과를 2018년 ‘사이언스’에 발표해 주목받은 바 있다.

김 교수와 판싱리 교수가 공동 제1저자이자 공동 교신저자로 연구를 이끌었으며, 부산대 연구팀에서는 연구를 기획한 강수영 연구교수, 류란보(Lanbo Liu) 박사, 손유진 박사수료 대학원생, 주형태 박사가 저자로 참여했다.

부산 정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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