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배임 혐의, ‘임무위배’는 어떻게 판단할까

수정 2026-09-17 10:21
입력 2026-09-17 10:21
법무법인 한길로 박종현 대표변호사


회사의 투자나 계약, 자금 집행 과정에서 예상과 다른 손실이 발생하면 의사결정을 내린 대표나 임직원에게 업무상배임 책임이 제기되기도 한다. 특히 거래 상대방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시했거나 회사 자산을 낮은 가격에 처분한 뒤 손해가 발생한 경우, 단순한 경영상 판단인지 형사책임이 문제 되는 행위인지가 쟁점이 된다.

업무상배임은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는 결과만으로 성립하는 범죄가 아니다.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했는지, 그로 인해 본인이나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얻고 회사에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따라서 사업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의사결정을 배임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당시 확보할 수 있었던 정보와 사업 전망, 거래 조건, 의사결정 절차 등을 토대로 정상적인 경영상 판단의 범위를 벗어났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손실이 발생했다는 사정과 처음부터 회사의 이익을 해할 의도가 있었다는 점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반대로 내부 절차를 무시하고 특정 거래처나 관계인에게 현저히 유리한 조건을 제공했거나, 이해관계 있는 제3자에게 이익을 이전한 정황이 있다면 법적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계약 체결 경위와 가격 산정 근거, 내부 결재 과정, 거래 상대방과의 관계가 중요한 판단 자료가 되는 이유다.

업무상배임 사건에서는 이메일과 메신저 대화, 이사회·회의 자료, 계약서, 결재문서, 회계자료 등이 폭넓게 검토된다. 수사기관은 문제가 된 결정 하나만 떼어 보기보다 그 결정에 이르기까지 어떤 검토가 있었는지, 누가 어떤 정보를 공유했는지, 실제 이익이 어디로 귀속됐는지를 함께 확인한다.



특히 대표이사나 임원이 연루된 사건에서는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보다 의사결정 당시 합리적인 근거가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되곤 한다. 사업상 위험을 감수한 정상적인 판단인지, 개인이나 제3자의 이익을 위해 회사의 이해를 희생한 것인지에 따라 형사책임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대전 법무법인 한길로 박종현 대표변호사는 “업무상배임은 회사에 손실이 생겼다는 결과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범죄가 아니다. 의사결정 당시의 정보와 내부 절차, 거래 상대방과의 관계, 실제 이익의 귀속을 함께 살펴 임무위배와 고의가 있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문제가 된 계약이나 투자 결과만 해명하기보다 당시 의사결정 과정 전체를 재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전에 작성된 검토자료와 회의록, 이메일, 가격 산정 근거가 남아 있다면 경영상 판단의 배경을 설명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반대로 관련 자료를 임의로 삭제하거나 사후에 짜맞추는 행동은 추가적인 의심을 부를 수 있다.

업무상배임 사건은 ‘회사에 얼마의 손해가 발생했는가’보다 그 손해가 어떤 결정에서 비롯됐고, 그 과정에서 누구의 이익을 위해 어떤 선택이 이루어졌는지를 따지는 사건에 가깝다. 대전에서 관련 수사 절차를 앞두고 있다면 계약과 자금 흐름, 내부 의사결정 자료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 정상적인 경영상 판단과 문제 될 수 있는 행위를 구분하는 것이 대응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양승현 리포터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