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미 투자·파병 압박 고차방정식… 정부 역량 시험대

수정 2026-09-17 01:02
입력 2026-09-17 00:16

파병 반대 여론 전달해 美 설득하고
투자 반대급부로 파병 부담 최소화를

조현 외교부 장관(왼쪽)과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2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내일 워싱턴에서 회담을 갖는다. 7개월 만이다. 지금 양국 간에는 관세협상 관련 대미 투자 발표와 호르무즈 파병 등 민감한 현안이 산적해 있어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회담은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가운데 첫 번째 프로젝트를 확정하기 위한 한미 통상당국의 막바지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열린다. 한미는 당초 18일을 전후해 1차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남은 쟁점에 대한 조율이 길어지면서 발표가 외교장관 회담 이후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양국 간 막판 협상이 치열하다는 방증이며, 외교장관 회담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대미 투자 프로젝트로는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 프로젝트, 미국 내 원전 8기 건설을 위한 원전 프로젝트 프레임워크, 알래스카 엘엔지(LNG) 프로젝트 등이 거론된다. 양측은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 지분 확보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의 ‘상업적 합리성’을 두고 막판 줄다리기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미 투자 프로젝트에서 최대한 국익을 지키는 것이 급선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투자의 대가를 반대급부로 요구하는 융통성도 충분히 발휘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등 한국의 안보 숙원사업이 관철될 수 있도록 미국의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 문제도 이번 회담에서 어떤 식으로든 다뤄질 것이다. 정부와 청와대는 오늘 열리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는 파병을 논의하지 않거나 논의하더라도 결론은 내리지 않는다고 한다. 외교장관 회담을 한국의 파병 반대 여론을 미국에 전달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이란 전쟁이 영국과 일본은 물론 세계 어떤 나라도 참전하지 않을 만큼 명분도 실익도 없는 전쟁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 간의 무력 충돌이 날로 격화하는 등 중동 전체가 ‘화약고’로 번지는 상황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런 시점에 섣불리 파병했다가는 큰 피해만 입은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궁지에 몰릴 우려가 크다. 파병 대신 무기를 제공하거나 영국, 프랑스 등 다국적군이 주도하는 호르무즈 외곽 항행 질서 유지 참여 등 다양한 대안을 고민하기 바란다.

안보와 경제 분야에서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미국의 압박을 받은 적은 없었다. 정부는 축적된 외교력으로 출구전략을 잘 짜서 아무쪼록 불안한 국민을 안심시켜 주기를 기대한다.
2026-09-1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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