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임신중지 약물 허용… ‘헌법불합치’ 후속 입법 서둘러야
수정 2026-09-17 01:00
입력 2026-09-17 00:14
연합뉴스
정부가 임신중지 약물 허용을 공식화했다. 성평등가족부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 부처는 내년 1분기부터 임신중지 약물을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7년 만이다.
‘미프진’으로 통용되는 임신중지 약물의 성분은 세계보건기구(WHO)가 2005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다. 미국과 프랑스 등 전 세계 100여개국이 임신중지를 위한 처방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후속 입법 지연과 제도 미비로 정식 도입이 늦어지면서 해외 직구와 온라인 거래 등 음성적으로 유통돼 왔다. 이 과정에서 약물의 성분과 품질, 정확한 복용법을 확인하기 어려워 여성의 안전과 건강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여성들이 이 같은 어려움을 겪는 동안 입법 공백을 이유로 손을 놓고 있던 정부가 뒤늦게나마 임신중지 약물 도입을 결정한 것은 다행이다. 정부는 도입 초기 2년간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직접 처방·조제하도록 하고, 부작용과 안전성을 검토한 뒤 이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미성년자의 보호자 동의 문제와 건강보험 적용 여부 등은 더 심도 있게 논의하기로 했다. 약물 사용은 임신 9주 이하로 제한된다. 여성계에서 적용 임신 주수를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어 충분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장기간 이어진 입법 공백을 해소하는 일이다. 의료계도 약물 도입을 원칙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지만 환자 안전과 의료인 보호를 담보할 법과 진료체계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고 우려한다. 21대 국회에서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됐으나 임신중지 허용 주수와 절차 등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임기 만료로 모두 폐기됐다. 22대 국회에도 관련 개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더는 논의를 미루지 말고 책임 있게 심의해 후속 입법을 매듭지어야 한다.
2026-09-1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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