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감소세 굳히기… 반복사고 근절·지역 안전망 확보 관건”

김우진 기자
김우진 기자
수정 2026-09-17 00:10
입력 2026-09-17 00:10

‘노동안전 종합대책 1년’ 좌담회

이민재 노동부 산안정책실장

상반기 산재 사망자 수 12% 감소
반복 사고 기업 고강도 특별감독
유성규 성공회대 교수

미숙련·단기 노동자 사고에 취약
불법하도급 방지 등 구조 개선을
서용윤 동국대 교수

현장서도 ‘폭염 산재 예방책’ 체감
지방정부 안전보건 역량 키워야
올해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이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정부가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힘을 실은 결과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지속가능성이다. 산재 감소세를 꾸준히 이어가려면 ‘동일 사업장 동일 유형 사고’와 소규모 사업장, 고령자·외국인 등 노동 취약계층의 산재를 더 줄여야 한다. 서울신문은 지난 1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노동안전 종합대책의 1년 성과와 남은 과제’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열고 산재 줄이기 해법을 모색했다. 이민재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정책실장, 유성규 성공회대 열림교양대 겸임교수, 서용윤 동국대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가 참여했고 이재연 전국부 차장이 사회를 맡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서울신문 주관으로 지난 1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전문가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노동안전 종합대책의 1년 성과와 남은 과제’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성규 성공회대 열림교양대 겸임교수, 이민재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정책실장, 서용윤 동국대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
도준석 전문기자


-최근 산재 감소세 어떻게 보나.


이민재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정책실장(이하 이 실장) “올해 상반기에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 수가 지난해 상반기 대비 11.8% 감소했다. 통계를 작성한 2022년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소규모 사업장 산재 감소가 특히 어려울 것이라 예측했는데 5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23.9% 줄었다. 성공의 경험이 축적되는 과정이다.”

유성규 성공회대 열림교양대 겸임교수(이하 유 교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감소 추세는 있지만 아직 기업의 문화나 구조는 변화하는 단계다. 불법 하도급 방지 등 안전관리를 위한 구조 개선으로까지 나아가야 한다. 그때까지 정부가 기업을 끌고 간다면 어느 순간엔 기업이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이 매주 현장을 점검하는데, 이전과 달라진 점이라면.



이 실장 “지붕 추락으로 매년 35명 안팎의 사망자가 발생한다. 안전 점검에 나서면 이미 작업이 끝나 있어 예방이 어려웠다. 그런데 올해는 지난 6월 30일 기준으로 12건으로 지난해 24건에서 절반이 줄었다. ‘안전한 일터 지킴이’의 역할이 컸다. 안전관리자나 현장 소장을 했다가 퇴직하신 분들이 지킴이로 활동하는데 전국 1000명 중 200명이 ‘지붕 안전 지킴이’ 특화 교육을 받았다. 올해 8월 30일까지 순찰 점검한 18만건 중 지붕 작업만 5만건이 넘는다. 발로 뛰는 현장 점검이 사망 사고를 줄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

서용윤 동국대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이하 서 교수) “건설 현장과 조선소 작업자 모두 지난 폭염 때 현장이 안전해졌음을 피부로 느꼈다. 체감온도 33도 이상이면 2시간마다 20분씩 쉬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 ‘폭염 안전 5대 기본수칙’이 지난해 법제화돼 일을 잠시라도 쉴 수 있으니 살겠다고 하더라. 또 올해는 냉방 기기 지원 신청을 3월부터 미리 받아 폭염 산재를 예방했다.”



-‘동일 사업장 동일 유형 사고’ 근절은 남은 과제다.

이 실장 “지난 10년간 183개 기업에서 ‘동일 사업장 동일 유형’ 사고가 일어났다. 한 기업당 3~4명이 사망했다. 기업으로부터 사고 원인과 재발 방지 대책을 제출받았다.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라고 했다. 이들 기업에서 중대재해가 다시 발생하면 특별감독에 준하는 고강도 점검과 감독을 실시할 방침이다. ‘하던 대로’라는 시스템을 거스르려면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하반기에 더욱 중점적으로 보겠다.”

유 교수 “구조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위험한 작업에 미숙련 일용직 노동자를 반복 투입하면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 회사에서 아무리 안전 보호 장구와 설비를 갖춰도 단기 고용 노동자는 사업장에 익숙하지 않다. 숙련된 정규직 노동자를 투입해야 한다. ‘노동안전 종합대책’에는 공공기관에서 2인 1조로 근무해야 하는 작업과 6개월 미만 신규자가 단독으로 수행할 수 없는 작업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실태를 조사하는 내용도 있다. 야간작업 때 자주 사고가 난다면 야간작업을 줄이고 주간 작업을 늘리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졸음은 막기 어렵다.”

-산재 취약계층인 외국인·고령 노동자에 대한 대책이라면.

이 실장 “고령자에게 친화적인 작업 환경을 만들려면 공정을 개선해야 한다. 고령자들은 미끄러짐 사고를 많이 당한다. 문턱 제거나 중량물 운반 보조 장치를 보급해 올해만 244곳에서 예방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110만명에 이르는 외국인 노동자는 언어 장벽 때문에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워 한국어에 능숙한 외국인 노동자 250명을 ‘외국인 안전리더’로 선발해 산재 예방 활동을 지원한다. 내년부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기초안전보건교육이 의무화된다. 다국어·비언어 기반 교육 자료 보급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 실장 “특히 작은 사업장의 재해 예방은 지방정부와 민간의 도움이 필요하다. 경기도는 외국인 근로자가 많고 제주도는 어선 사고가 잦다. 지역별로 취약한 특성은 지방정부가 가장 잘 안다. 그래서 올해 ‘지역 중대재해 예방 사각지대 해소 사업’을 신설해 11개 지방정부에 143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5월엔 ‘맨홀 작업 전담 관리체계’를 운영해 하수도 정비를 할 때 본부에 신고하면 전문가가 위험도를 측정하고 환기하도록 했다. 중앙정부가 비용을 지원하면서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위험 요소를 해소한 첫해였다. ”

서 교수 “현재는 본부가 지방정부를 컨설팅 중이라 거버넌스가 중앙 집중형에 머물러 있다. 효과가 지속적으로 나타나려면 지방정부 나름대로 안전보건과 관련된 조직을 두고 전문가를 육성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제작 지원 : 문화체육관광부

김우진 기자
2026-09-1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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