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화원 3인 1조’… 지자체 87% 예외 규정 남발
정회하 기자
수정 2026-09-17 00:07
입력 2026-09-17 00:07
현장선 혼자서 운전·폐기물 수거
안전 원칙 무력화… 사망 사고 반복
“비정규직은 이의 제기도 어려워”
지난달 7일 서울 창신동에서 홀로 폐기물을 수거하던 환경미화원이 비탈길에서 자신이 세워둔 1t 수거차에 치여 숨졌다. ‘3인 1조’ 원칙이 있었지만, ‘수거차 적재 중량 1.5t 이하일 경우’ 예외로 한다는 지자체 조례 예외 조항이 적용돼 A씨는 혼자 운전하면서 폐기물도 수거했다.
같은 달 19일 대전 동구에서도 혼자서 작업하던 환경미화원이 오토바이에 치였는데, 마찬가지로 3인 1조 원칙 예외였다. 이처럼 광범위하게 적용된 예외 조항 탓에 미화 현장에서의 안전 원칙이 무력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 기초지자체 228곳 중 199곳(87.3%)이 3인 1조 원칙 예외를 두고 있다. 정부는 2019년 폐기물 수거 작업 시 운전원 1명과 수거원 2명으로 구성된 3인 1조 근무 원칙을 마련했다. 단 ‘지자체 조례로 정한 사유’가 있을 때 예외를 허용했는데, 지자체 대다수가 예외 규정을 두면서 원칙이 유명무실해졌다.
그 위험은 작업자가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충북 청주시 환경미화원 조강만(44)씨는 최근 인근 업체에서 운전원 1명과 수거원 1명만 투입된 ‘2인 1조’ 작업 중 수거원 발가락이 회전판에 끼여 절단되는 사고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거원이 2명 배치됐다면 대처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토로했다. 경기 화성시에서 일하는 오복영(48)씨도 “비정규직 특성상 원칙이 무시돼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제재 규정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 점도 문제다. 폐기물관리법은 안전기준 위반 업자를 2년 이하 징역·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했지만, 기후부에 따르면 이 조항에 따라 처분된 사례는 전무하다.
환경미화원 안전사고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800건 이상 발생했고, 지난해에도 782건에 달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448건으로 집계돼 연간 900건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도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7일 “3인 1조 근무와 주간작업을 의무화했는데도 현장에서 예외가 남발한다”고 지적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사고 현장을 방문해 “2019년 기준을 그대로 두지 말고 현실에 맞게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노총 전국연합노동조합연맹(연합노련)은 이날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활폐기물 현장에서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하고 퇴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강석화 연합노련 사무처장은 “골목길에선 혼자 일하는 작업자가 즐비하다”며 “다쳐도 도와줄 동료가 없어 대처가 늦어지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회하 기자
2026-09-1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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