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검찰청 폐지로 경찰의 수사 책임과 전문성이 더욱 중요해진 가운데 최근 5년간 변호사 자격을 가진 경찰관 95명이 조직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재직 10년을 채우지 못하고 떠난 이들이 절반을 넘는다.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도 알리지 않은 ‘숨은 경변’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16일 경찰청이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변호사 자격을 보유한 경찰관 95명이 퇴직했다. 직급은 중간 간부 계급인 경감이 75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재직기간 10년 미만은 57명으로 60%에 달했다.
이들이 경찰을 떠난 배경에는 주요 보직과 승진 등에 있어 변호사 자격이 별로 인정받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 크다. 일부는 수사 전문가로 채용됐지만 희망하는 수사 보직에서 꾸준히 경력을 쌓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지구대에서 근무 중인 A경정은 “돈 때문이면 변호사 자격증을 믿고 진작 나갔다. 제대로 수사하고 싶어서 남았는데 수사부서에 지원해도 기동대나 지구대로 발령 나는 경우가 있다”며 “나보다 수사 경력이 짧은 사람들이 수사과장 등을 맡는 것을 보면 회의감이 든다”고 말했다.
현재 경찰청이 파악한 변호사 자격 보유 경찰관은 302명이다. 지난 7월말 기준 수사 기능 근무자가 168명(55.6%)으로 가장 많고 형사 31명, 경무 24명, 안보 19명, 사이버 14명 등 여러 기능에 분산돼 있다.
변호사 자격을 보유해도 별다른 이점이 없다 보니 이를 조직에 알리지 않은 경찰관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청이 집계한 302명은 인사기록에 스스로 등록한 인원으로, 휴직 등을 통해 재직 중 로스쿨을 졸업해 자격을 취득해도 본인이 신고하지 않으면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경찰 내부에서는 이같은 ‘숨은 변호사’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을 앞두고 로펌에서 경찰 출신을 우대하는 분위기가 되자 이탈이 가속화한 것이다. 한 ‘숨은 변호사’ 경찰관은 “경찰 내에선 변호사 자격을 살릴 기회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며 “최근 로펌으로 옮기는 선후배들을 보면서 이참에 조직을 떠나야 하나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 과정에서 법리 검토 등 법률 전문성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경찰도 전문인력의 이탈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뒤늦게 나섰다. 경찰청은 내년부터 변호사 자격 보유자를 일반 경찰관과 분리해 경정 심사승진을 별도로 실시한다. 현직 경찰관의 로스쿨 진학을 지원하기 위한 연수휴직 특례나 장기 위탁교육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승진이나 교육 지원을 넘어 법률·수사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쌓을 수 있는 보직·경력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숨은 변호사’ B경정은 “수사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공정한 인사가 이뤄진다면 정년까지 남아 전문성을 발휘할 변호사 출신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변호사 자격 보유 경찰관이 전문성을 발휘하며 장기 근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임태환·박다운·정회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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