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시대에 신념 지키며 살았던 이들 그리고 싶었다”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수정 2026-09-16 02:14
입력 2026-09-16 00:32

멜로 장인서 미스터리 추적극으로 돌아온 영화 ‘암살자(들)’ 허진호 감독

육영수 여사 저격 소재로 새 도전
“사건 실체보다 왜 그랬을까에 초점”
유해진·박해일 등 열연으로 풀어내
영화 ‘암살자(들)’을 연출한 허진호 감독.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실제 일어났던 사건에 저의 시선을 어떻게 담아야 할까 고민하느라 좀 오래 걸렸습니다.”

10년. ‘암살자(들)’ 시나리오를 접한 허진호(63) 감독이 영화를 내놓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23일 개봉하는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행사장에서 발생했던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허 감독은 “당시 부모님도 그렇고 누나들도 다 같이 울었다”면서 “묘한 슬픔으로 각인된 어린 시절의 그 사건을 영화로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영화는 사건 중심이 아닌 주변 인물들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당시 6발의 총성이 울렸지만 발견된 탄환은 4개뿐이었다. 공식 기록에서 사라진 두 발의 행방을 두고 현장 경호를 담당했던 형사 철구(유해진), 사건의 이면을 좇는 신문사 사회부장 재환(박해일), 그날의 혼란을 직접 목격한 신입 기자 영일(이민호) 등 가상의 인물이 진실을 추적한다. 영부인 저격 사건에 숨겨진 공범이나 배후가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지만, 그 실체를 전면에 드러내지 않는다.


“영화를 통해 이 사건을 제가 해결하거나 결론을 내릴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왜? 그랬을까’에 초점을 뒀습니다. 당시 자료와 사실에 남아 있는 의문점과 한계에서 시작해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1998)와 ‘봄날은 간다’(2001) 등 멜로 영화로 한국 영화계를 대표해 온 허 감독에게 이번 영화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보통의 가족’(2024)에서도 미스터리를 다루긴 했으나 이번 영화는 규모가 워낙 컸고, 이야기도 복잡했다. 이를 풀어내는 건 배우들 몫이다.

“유해진은 틀에 갇힌 배우가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배우라는 점에서 철구와 잘 맞습니다. 박해일은 제 이전 작품 ‘덕혜옹주’(2016)에서 사회부장을 맡았는데, 기자 느낌을 워낙 잘 표현해서 이번에도 ‘박해일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민호 배우는 시리즈 ‘파친코’에서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현실적인 연기를 하면 매력적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이들 외에 박정민, 정우성, 심은경, 박해준, 오정세 등이 특별 출연한다. 허 감독은 “박정민이 맡은 범인 ‘문태광’은 왜 그런 일을 했는지 영화 속에서 설명을 하지 않는다. 박정민 역시 그런 질문을 안고 촬영했다”고 칭찬했다. 한 회장으로 등장하는 정우성에 대해서는 “묵직한 역할이어서 정우성이 맡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는 ‘서울의 봄’(2023), ‘파묘’(2024) 등을 촬영한 이모개 촬영감독 손길로 빚어냈다. 허 감독은 “미스터리 추적극 형식인 만큼 영화 내내 긴장감을 주는 장면 구성에도 고민이 많았다. 장르적인 부분을 살리는 데에 이 촬영감독 몫이 컸다”고 신뢰를 드러냈다.

전체 서사 구조는 원래 시나리오를 그대로 가져가지만, 1974년 10월 24일 동아일보의 자유언론실천선언을 후반부에 넣었다. 허 감독은 “그 시대, 폭력의 시대에 자기의 신념을 지키면서 살았던 이들과 연결한 장면”이라고 덧붙였다.

김기중 기자
2026-09-1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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