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자금 세탁도 ‘외주’…934억원 세탁 ‘유령 상품권 업체’ 일당 7명 구속
안승순 기자
수정 2026-09-14 10:46
입력 2026-09-14 10:46
상품권 유통업체로 위장한 ‘유령회사’를 차려놓고 사기조직의 범죄수익금 934억원을 세탁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및 범죄수익 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40대 총책 A씨 등 7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서울과 경기 안산·고양·시흥 등 수도권 5곳에 유령 상품권 업체를 차리고 투자 리딩방 사기와 중고물품 거래 사기 등을 벌이는 범죄조직의 피해자들이 송금한 돈을 넘겨받아 총 934억원 상당의 범죄수익금을 세탁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들이 범죄조직이 알려준 계좌로 돈을 보내면 범죄조직은 이를 여러 개의 2·3차 계좌로 옮긴 뒤 A씨 등이 운영하는 상품권 업체 명의 계좌로 입금했다.
A씨 등은 이렇게 들어온 돈을 계좌별 출금 한도에 맞춰 현금과 수표 등으로 인출했다. 하루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10억원가량을 현금화했다.
또한 이들이 상품권 판매업체를 내세운 것은 거액의 입출금을 정상적인 영업 활동으로 위장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실제 사업자 등록을 하고 오프라인 사무실까지 차려 가짜 거래 장부를 만들었으나, 실제 상품권을 매매한 사실은 전혀 없었다. 대량의 상품권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큰돈이 오갈 수 있어, 자금 출처를 추궁받더라도 거래 대금이라고 둘러대기 용이하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특히 이들은 사기 범행에는 직접 가담하지 않고 범죄조직으로부터 일정 수수료를 받는 대가로 자금세탁만 전담한 이른바 ‘외주형 자금세탁 조직’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세탁해준 범죄 자금의 3%가량을 수수료 명목으로 챙겼다.
경찰은 투자 유도 사기 사건의 돈 흐름을 쫓던 중 이들과 연결된 계좌를 확인하고 수사를 확대했다. 30여 차례의 계좌 압수수색과 현장 확인을 거쳐 인출책을 먼저 잡았고, 두 달간 도망 다니던 관리자에 이어 지인 집에 숨어 있던 총책 A씨까지 차례로 붙잡아 조직을 해체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1대장 김성택 경정은 “공범을 추적하는 한편 자금세탁을 의뢰한 범죄조직과 수수료 규모 등도 추가로 확인하고 있다”며 “지나치게 시세보다 저렴하거나 혜택이 큰 상품권 거래는, 자칫 범죄수익금이 입금되어 본인 계좌가 지급정지될 수 있기에 피해줄 것”을 당부했다.
안승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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