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힘으로… 흙탕물로 버텼다”

최재헌 기자
최재헌 기자
수정 2026-09-14 00:15
입력 2026-09-13 17:52

9일 만에 구조된 네팔 기계반장

“구조대 올 거라 확신… 포기 안 해
정부, 생존자 수색 작업 계속해야”
네팔 대홍수 생존자 산제이 사(왼쪽)가 지난 11일(현지시간) 카트만두에 마련된 거처에서 가족과 함께 셀카를 찍고 있다.
카트만두 로이터 연합뉴스


“구조대가 올 것이라고 확신했어요. 계속해서 ‘나는 혼자가 아니다. 나에게는 가족이 있다’고 되뇌었습니다.”

네팔 대홍수 발생 9일 만이었던 지난 4일(현지시간) 수력발전소 지하터널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네팔인 산제이 사(30)는 병원에서 퇴원 후 로이터·AFP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가족을 생각하니 힘이 났다”며 “죽을 운명이더라도 쉽게 포기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며 신에게 기도했다”고 했다.


트리슐리 3A 수력발전소에서 3년 넘게 기계반장으로 일한 사는 대홍수 당시 직원들을 대피시키다 탈출하지 못하고 터널 내부에 갇혔다. 그는 “홍수가 나기 전에는 터널 구석구석을 다 알고 있어 어려움 없이 깊숙이 들어갈 수 있었다”며 “하지만 홍수가 나고 내부가 완전히 바뀌었다. 터널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게 더이상 소용이 없었다”고 소회했다.

사는 구조대를 기다리는 동안 흙탕물이나 바위에서 스며 나오는 물을 마시며 버텼다. 터널 안에서 이곳저곳으로 움직이다가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한 뒤 한자리에 계속 머물렀다. 그는 “눈으로 볼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대부분 시간 동안 눈을 감고 있었다”며 “실수로 미끄러지거나 무언가에 부딪혀 눈을 다칠까 봐 두려웠다”고도 했다.

구조되기 10시간 전 멀리서 굴착기 소리가 들렸고 구조대가 올 것이라는 믿음은 현실이 됐다. 사가 구조되고 처음 한 말은 “며칠이나 됐냐”는 질문이었다. 시간 감각을 잃고 2~3일 갇혀 있었다고 생각했던 그는 자신이 9일 만에 구조됐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자신은 기적처럼 구조됐지만 많은 동료들이 사망했거나 실종 상태인 것에 사는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사는 AFP에 “나는 제2의 삶을 얻었지만 아직 많은 친구들이 터널 안에 갇혀 있다”며 “정부가 구조·수색 작업을 계속하기를 바란다. 여전히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최재헌 기자
2026-09-1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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