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敬 아닌 佛經’ 반야심경·전자음악 하나로… 한일 ‘힙 불교’ 이심전심

오경진 기자
수정 2026-09-13 23:43
입력 2026-09-13 23:43
日 승려 간호 새달 첫 내한 공연
힙합·록 접목해 불경 알리는 선승유튜브 구독 108만… 조회수 1억회
“만사 받아들이고 상호 공존해야
불교, 고요히 마음 바라보는 도구”
재즈브릿지컴퍼니 제공
어떻게 가더라도 결국 ‘깨달음’에 이르면 된다. 그곳으로 가는 길이 즐겁고 흥겹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반야심경(般若心經)을 외는 승려의 목소리에 전자음악이 더해진다. 불경(佛經)에 대고 이러는 것이 불경(不敬)한가? 아니다. 독경 소리는 더욱 청청하게 울려 퍼진다.
다음달 30일 첫 내한 공연을 펼치는 일본인 승려 간호 야쿠시지를 서면으로 만났다. 일본 에히메현 이마바리시에 있는 절 가이젠지의 16대 부주지이자 선승(禪僧)인 그는 불경을 현대음악과 조화롭게 접목한 것으로 주목받는 세계적인 사운드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유튜브 구독자만 108만명, 그가 올린 음악 클립들은 현재 여러 온라인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 청자와 만나고 있으며 누적 조회수는 1억회가 넘었다. 이 독창적인 ‘만남’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교토에서 수행하던 시절 매일 아침 4시 30분에 일어나 10명 정도 수행승과 함께 독경했습니다. 경전 위에 목소리가 겹칠 때 마음이 차분해지더라고요. 그 감각이 오래 남았고 수행이 끝난 후 ‘내가 직접 화음을 쌓아 그 감각을 재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단순한 호기심이었죠. 그렇게 코러스를 겹치고 기타와 퍼커션을 넣어 첫 편곡을 완성했습니다.”
‘반야심경 음악’으로 그가 관객을 만난 지 올해로 꼬박 10년이 된다. 누구나 이름은 들어봤지만 제대로 이해하기엔 난해하기 짝이 없는 반야심경이 간호 스님의 손을 거치며 다채롭게 변신한다. 전자음악, 힙합, 록 등과 결합하며 매번 새로운 모습으로 불자(佛子)는 물론 일상 속 평화와 구도를 원하는 모든 이에게 위로를 전했다. 월드투어를 겸해 열리는 이번 공연의 부제는 ‘조화의 원’이다.
“지난 10년간 음악 활동은 저에게는 모두 수행이었습니다. 망설임도, 갈등도 있었고 제 마음에 여러 고집과 치우침이 있다는 걸 깨달았죠. 하지만 도망치거나 덮어둔다고 행복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런 10년을 나타내는 말로 ‘원’(圓)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일을 받아들이며 자신과 계속 마주하는 것. 그리고 내가 모든 연결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아는 것.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공존하는 게 삶에서 중요한 것이죠.”
간호 스님의 공연은 국내 ‘힙불교’(힙한 불교) 열풍과도 맞닿으며 관심을 끌고 있다. 동시대 젊은 세대에게 불교는 고리타분한 종교가 아니다. 멋지게 즐길 수 있는 문화이자 삶을 풍요롭게 바꿔주는 다정한 철학이다. ‘전자음악 반야심경’도 힙불교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 번뇌와 집착에서 벗어나는 길이 즐겁지 말라는 법은 없다. 역설적이지만, 괴롭지 않을 때 비로소 우리는 괴롭지 않을 수 있다.
“최근 한국 드라마에서도 절이 나오는 장면이 늘어난 것 같더라고요. 한국의 젊은 세대에서 불교를 향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마음의 안정을 찾거나 막연한 불안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물건과 정보가 넘쳐나고 생각이 앞서기 쉬운 시대입니다. 그 가운데 불교가 지닌 ‘고요함’의 이미지와 단지 자신의 마음(心)을 바라보는 시간이 새롭고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간호 스님의 공연은 불자만을 위한 것이 절대 아니다. 현대 사회의 치열한 갈등과 경쟁에 지친 사람이라면, 누구든 그와 함께 음악을 즐길 수 있다.
“불교는 하나의 종교이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종교라는 틀을 넘어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신을 알아가는 도구로도 존재했으면 합니다. 음악이든 사찰이든 패션이든 무엇이든 입구가 될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이 생긴다면, 그것만으로도 아주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요.”
오경진 기자
2026-09-1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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