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도 뼈 생김새가 거의 안 변한 공룡 있다고? [사이언스 브런치]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수정 2026-09-13 17:30
입력 2026-09-13 17:30


‘트로오돈 포르모수스’(Troodon formosus)는 중생대 백악기 후기 북미 지역에서 살았던 사람 키 크기의 수각류 공룡이다. 알을 품고 새끼를 돌본 증거가 가장 잘 남은 공룡 중 하나이자 이름의 정당성을 놓고 170년째 다투고 있는 공룡이기도 하다.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170년 전인 1865년 이빨 화석 한 점을 근거로 도마뱀류로 분류되고 이름이 지어지면서부터다. 문제는 이빨이 트로오돈을 다른 공룡과 구별해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2011년부터 여러 연구에서 이름을 새로 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몬태나 주립대 지구과학과,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생명과학과, 노스캐롤라이나 자연사박물관 공동 연구팀은 알 속 배아부터 다 자란 성체까지 다섯 세트의 화석을 통째로 분석해 이빨을 대신해 골반뼈, 뒷다리뼈 등 새로운 기준 표본의 해부학적 근거를 내놨다고 13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 9월 10일 자에 실렸다.


트로오돈 포르모수스의 상상도

클라리사 쿠스 제공


연구팀은 몬태나 주립대 부설 로키스박물관이 소장한 다섯 세트 표본을 분석했다. 대퇴골 길이를 기준으로 33.8㎜인 알 속 배아, 126㎜인 생후 1년 미만 새끼, 한 살짜리 새끼, 여러 개체가 함께 묻힌 뼈층 ‘잭스 버스데이 사이트’, 알 무더기와 함께 발견된 320㎜의 성체다. 뼈조직학상 큰 개체들은 3~18세로 추정되며 지층 연대는 백악기 후기에 해당하는 7699만~7478만 년 전이다.



연구팀 분석 결과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성장에 따른 변화가 적었다는 점이다. 허벅지 뼈인 대퇴골 윗부분에 돌출돼 있는 두 개의 큰 돌기인 대전자, 소전자와 발가락뼈의 신근 같은 주요 구조는 배아 화석에서도 발견됐고 성체가 될 때까지 사라지거나 새로 생기지 않았다. 달라진 것은 비율로, 대퇴골 대 경골 길이 비율은 어린 개체 0.72에서 성체 0.89로 커졌고 뼈 표면은 다공성 질감에서 매끈한 질감으로 바뀐다. 이런 변화는 개체마다 제각각이 아니라 일정한 성장 단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트로오돈 성장이 환경에 크게 변하지 않는 정해진 궤도를 따른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불변성은 다른 공룡의 신분을 가리는 잣대가 된다. 화석 연구에서는 크기가 다른 뼈가 나오면 두 종인지, 한 종의 새끼와 성체인지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 아시아에서는 같은 지층에서 트로오돈과 다른 공룡 여러 종이 발견될 때마다 “한 종의 성장 단계일 뿐”이라는 의심을 받았다. 연구팀은 다른 공룡에서는 트로오돈과 달리 극단적인 비율의 변화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그래서 별개 종으로 구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중국 네이멍구에서 나온 린헤베나토르와 필로베나토르가 대표적이다. 연구팀은 필로베나토르가 린헤베나토르의 새끼이려면 자라는 동안 대퇴골 대비 발허리뼈 길이가 급격히 줄어들어야 하는데 트로오돈에서는 그런 극단적 변화가 없었던 만큼 별개 종으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다 자란 뒤에도 몸집은 제각각이었다. 뼈층에서 나온 정강이뼈 하나는 성체 표본보다 20%가량 길었다. 발 부위 병변도 두드러져 발허리뼈 3점, 발가락뼈 5점에서 병리 소견이 확인됐다. 성체급 표본만 놓고 보면 부위별 20~30%에 이른다. 트로오돈처럼 낫 발톱을 가진 드로마이오사우루스류에서도 드문 현상이어서 발을 쓰는 방식이 달랐다고 해석할 수 있다.

연구팀 관계자는 “생물의 학명은 실물 표본 하나에 묶여 있어야 하기 때문에 트로오돈의 이름을 짓게 된 것은 1856년의 이빨인데 이것만으로 트로오돈과 공룡이라는 사실까지만 알 수 있다”며 “이번 연구로 새로운 부분을 발견한 만큼 학명이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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