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예보 기금 20조로 불었는데… 수익률은 ‘0%대’ 쪼그라들었다

황인주 기자
수정 2026-09-11 01:00
입력 2026-09-10 20:08
채권 비중 90%로… 금리도 올라 타격
운용 수익률 3년 새 4%P 줄어 0.5%
실적 부진 와중 보험료 인상 만지작
금융권 “9000억 더 내야한다니” 반발
예금보험공사(예보)가 금융회사 부실에 대비해 쌓아둔 ‘예금보험기금’이 처음 20조원을 넘었지만, 올해 운용 수익률은 0%대에 그쳤다. 최근 3년간 채권 투자를 크게 늘린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며 채권가격이 떨어진 영향이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예보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예금보험기금 운용액은 20조 2929억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12조 7518억원보다 59.1% 늘어난 규모다. 2024년 17조 5393억원, 지난해 19조 837억원에 이어 올해 처음 20조원을 돌파했다.
반면 전체 기금 운용 수익률(누적 기준)은 2023년 4.50%에서 2024년 4.37%, 2025년 2.29%로 낮아진 데 이어 지난달 0.50%까지 뒷걸음질쳤다. 예보는 예금과 채권, 머니마켓펀드(MMF) 등 안전자산을 중심으로 기금을 운용한다.
예보는 금융회사 부실에 대비한 자금 대부분을 은행 예금으로 맡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고 2023년부터 채권 투자를 늘렸다. 2022년까지 절반이 넘었던 예금 비중은 2023년 37.8%에서 지난달 4.7%까지 줄었다. 반면 채권 비중은 90.4%로 높아졌다.
높아진 금리도 수익률에 부담이다. 올해 이란 전쟁으로 물가 압력이 커졌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기존 채권가격이 떨어져 평가 수익률도 낮아졌다. 이민환 인하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물가 상황을 보면 금리 인상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며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없더라도 금리 흐름에 맞춰 자산 구성을 조정하는 등 운용의 융통성을 발휘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리 상승을 감안해도 운용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예보의 채권 수익률은 지난해 2.25%로, 시장 상황을 고려한 비교 수익률(벤치마크)보다 0.24% 포인트 낮았다. 올해 8월까지 수익률도 0.24%로 목표보다 0.02% 포인트 밑돌았다. 운용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금은 20조원으로 커졌지만 이를 굴리는 인력은 10여명에 불과하다. 예보는 외부 위탁 운용을 늘려 전문성을 보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예보가 안정성을 핑계로 운용 부진을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산배분과 성과관리 체계를 전면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보 측은 “0.50%의 수익률은 확정수익이 아닌 평가 기준”이라며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면 약정된 원금과 이자를 회수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런 가운데 예보가 예금보험료율 인상을 검토하자 금융권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예보 연구용역에서는 은행권 예보료율을 현행 0.08%에서 0.13%로 올리는 방안이 제시됐다. 현실화하면 은행권은 약 9000억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황인주 기자
2026-09-11 B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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