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은행 ATM 찾아 삼만리

김미경 기자
김미경 기자
수정 2026-09-10 01:44
입력 2026-09-10 00:47


일산에 사는 70대 할머니 A씨는 요즘 불안하다. 아파트 인근 상가에 있는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없어질지 모른다는 얘기를 들어서다. 몇 년 전 상가에 있던 은행 지점이 없어졌는데 다행히 ATM 3대는 남아 자주 이용해 왔다. 그런데 아예 없어지거나 1대만 남을 수도 있다는 소식에 한숨을 쉬었다.

은행 업무가 디지털화하면서 오프라인 영업점이 많이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런데 지점 대신 이용하는 ATM도 줄어들면서 이제는 지점보다 감소 속도가 더 빠르다.


어제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전국 은행 ATM은 2만 4711개로 지난해 말보다 636개 줄었다. 2022년 말(2만 9321개)보다는 15.7%나 줄었다. 3년 반 만에 ATM 6개 중 1개꼴로 사라진 것. 국내 시중은행 영업점은 같은 기간 5657개에서 5381개로 276개(4.9%) 줄었다.

은행권은 ATM을 줄이는 이유를 인터넷·모바일뱅킹과 카드·간편결제 등으로 ATM 이용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지점 축소와 마찬가지로 물적·인적 비용 절감이다. 면제 수준의 낮은 수수료로 수익성이 낮은 데다 1대당 연간 450만~600만원 규모의 유지비를 아끼려는 조치인 셈이다.

금융 소외계층은 난감해졌다. 모바일뱅킹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장애인 등의 금융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농어촌에서는 ‘ATM 찾아 삼만리’ 신풍속도가 그려질 판이다. ATM은 수도권보다 울산(21.5%), 경남(20.8%), 제주(18.2%) 등 지방에서 더 빨리 줄어들고 있다.



ATM은 단순한 입출금 기계가 아니라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사회 인프라다. 수익성만 따지지 말고 금융 접근권이라는 공공 가치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은행들은 땅 짚고 헤엄치는 예대마진으로 막대한 순익을 올린다. 1대당 연간 몇백만 원을 아끼자고 ATM을 줄인다면 몰염치하다. 은행권 공동 ATM을 확대하든지 금융 취약층을 위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

김미경 논설위원
2026-09-1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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