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에 문제 있으니 하지 마?… 그게 정책인가”

홍희경 기자
홍희경 기자
수정 2026-09-10 01:41
입력 2026-09-10 00:47

권일남 청소년수련시설협회 회장

청소년 도전 기회 설계 정책 필요
세상 경험 활동 늘릴 붐업 키워야
권일남 한국청소년수련시설협회 회장


전국 880개 청소년수련시설의 대표 단체인 한국청소년수련시설협회(한수협)의 권일남 회장은 수학여행 위축의 본질이 청소년 정책의 부재에 있다고 9일 진단했다. 문제가 터지면 실태조사를 하고 상담 전화를 여는 식의 사업을 만들고, 그 사업들을 묶어 놓은 것을 정책이라고 부르는 관행이 고착됐다는 것이다. 교사와 현장에 책임을 전가하는 매뉴얼과 사업을 받아든 현장은 결국 “안전에 문제가 있으니 하지 마”라는 답을 받고 있다는 권 회장에게 청소년 정책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물었다.

-수학여행이 사라지는 현상을 어떻게 보나.


“아이들의 활동이 위축되면 안 된다. 어떻게 안전하게 만들까가 정책이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소송에 가도 문제없게 현장이 감당할 수 없는 매뉴얼을 만들어 교사한테 제시했다. 예산이 드는 안전 인프라를 갖추는 대신 교사를 비롯한 현장 인력에게 과중한 의무를 떠넘긴 거다. 모순이다. 소송으로 갈까 두려워하면서 어떻게 역경을 극복하는 걸 가르치나. 모험과 도전이 빠진 체험활동이 무슨 의미가 있나.”

-성평등가족부의 내년도 청소년정책 예산이 64억원 삭감됐다. 위기 청소년 사업은 85억원 늘었다.

“도박이 터지면 도박에, 약물이 터지면 약물 쪽에, 자살이 터지면 상담에 예산을 투입하는 사업을 만든다. 콜센터처럼 사안별로 사업을 만들어 대응하는 것인데, 사후약방문이다. 사업과 정책은 다르다. 고립·은둔 청소년 발굴에 얼마, 경계선지능 지원에 얼마, 이렇게 쪼개서 돈을 붙이는 건 할 수 있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미래에 대한 꿈을 꾸고 도전할 기회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그 그림을 그리는 게 정책이다. 지금은 그 그림이 없다. 청소년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정책이 사라진 지 오래다.”



-학부모들이 청소년 활동을 원하지 않는 기류를 반영한 것은 아닌가.

“올해 서당캠프가 다시 붐을 일으켰다. 고가인데도 학부모들이 못 보내서 안달이다. 부모들이 활동의 가치를 모르는 게 아니다. 국가가 믿고 맡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안 만드니까 민간에서 비싼 돈 내고 찾아가는 거다.”

-대안이 있다면.

“미래사회에서 건강하고 창의적인 아이로 키우려면 세상을 경험하고 역경을 극복할 기회를 줘야 한다. 심리상담 같은 소극적 해결이 아니라 청소년이 스스로 도전하고 끄집어내는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정책은 사업 몇 개 하는 게 아니라 청소년 활동의 붐업을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홍희경 논설위원
2026-09-1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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