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나눠준 당신, 잘 지내나요”

손지연 기자
수정 2026-09-10 00:45
입력 2026-09-10 00:45
서울시 장기기증의 날 기념식
기증인·유가족·이식인 등 100여명한자리에 모여 추억과 감사 전해
“새 삶의 기적… 사랑 다시 나눌 것”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천사야, 고마워! 사랑해!”
9일 서울 중구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열린 ‘제13회 서울시 장기기증의 날 기념식’. 이온유(6)군이 자신에게 심장을 남기고 하늘의 별이 된 어린 기증인에게 밝은 인사를 보냈다. 선천성 심장병으로 보조장치에 의지하던 이군은 2023년 한 뇌사 장기기증인에게 심장을 이식받았고, 3년이 흐른 이날 건강한 모습으로 무대에 섰다.
생명을 나누고 떠난 이들과 그 뜻을 이어가는 가족, 그리고 새로운 삶을 얻은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시와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연 ‘제13회 서울시 장기기증의 날 기념식’에는 뇌사 장기기증인과 각막기증인 유가족, 생존 시 기증인, 장기이식인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누군가는 떠난 가족을 추억했고, 누군가는 기증인에게 받은 두 번째 삶에 감사를 전했다.
지난해 5월 남편 이근정씨를 떠나보낸 장혜임(57)씨도 무대에 올랐다. 장씨는 “남편은 내가 굽 높은 구두를 신으면 발이 아플까 싶어 버스정류장까지 슬리퍼를 들고 나오던 다정한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남편은 57세에 지주막하출혈로 뇌사 판정을 받은 뒤 신장을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장씨는 “장기기증으로 생명을 살린 당신이 우리 가족의 가장 큰 자랑”이라고 남편에게 전했다.
30년 전 생면부지의 환자에게 자신의 신장 하나를 내어준 승인선(67)씨에게 이날은 또 다른 기념일이다. 승씨는 1996년 20대였던 만성 신부전 환자를 위해 수술대에 올랐다. 당시 초등학생 딸과 중학생 아들을 둔 어머니였지만 “신장은 둘이니 하나를 나누면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며 기증을 결정했다.
장기 매매를 막기 위해 현행법상 직접적인 기증·이식 수혜자의 신원 정보는 서로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이날 한자리에 모인 이들도 서로 직접적인 기증·이식 수혜 관계는 아니지만 서로를 껴안으며 마음을 나눴다.
새 삶을 얻은 이들은 받은 사랑을 다시 나누겠다고 약속했다. 올해 2월 신장을 이식받은 이영준(69)씨는 투병 전 해오던 어르신 목욕과 도시락 배달 봉사를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20여년간 시력을 잃어 가다 지난달 각막을 이식받은 류찬규(59) 목사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또렷하게 볼 수 있다는 사실이 감격스럽다”며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손지연 기자
2026-09-1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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