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전문가들 파병 입장 들어보니
“안전한 파병 없어… 리스크 따를 것”비전투 병력 파병해도 충돌 우려
“군함 등 유출 땐 한반도 안보 공백”
“동맹의 가치로 모든 것 결정 안 돼”
송영길 “이라크전보다 명분 없어”
연합뉴스
미국이 우리 정부에 호르무즈 해협 파병 시기를 11월 미 중간선거 전후로 명시하며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도 현지 실사에 나서는 등 대응을 구체화하고 있다. 하지만 군과 외교가, 정치권에서는 파병 임무 수행의 위험성, 파병에 따른 안보 공백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연일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우려로 무력 충돌 위험성을 꼽았다. 양용모 전 해군참모총장은 9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미국과 합동 작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이란으로부터 적대 행위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동맹의 가치에 가중치를 둘 필요는 있으나 그게 모든 것을 결정하는 요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군 안팎에선 대규모 파병이 동반되는 군수지원함이 아닌 해상초계기 P-8A와 폭발물처리반(EOD) 등 비전투 전력 파견이 우선 검토될 것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이 역시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마영삼 전 주이스라엘 대사는 “100% 안전한 파병은 없고 리스크가 반드시 따른다”며 “비전투 병력이 가더라도 이란 측 반응이 중요한 만큼 관계국과 사전 임무 규정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짚었다.
대북 대비 태세 약화 우려도 나온다.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은 “우리 해군의 역할은 대북 억제나 제3작전, 우리나라 해상 감시와 국익 보호가 최우선 고려 요소”라며 “군함을 금방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보유한 전력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호섭 전 해군참모총장도 “대북 태세를 유지해야 하는데 만약 전투 손상이 생기면 아주 곤란하다”고 짚었다.
2003년 이라크 파병 당시 외교 수장이었던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도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국제법연구원 주최 국제회의에서 미측에 전쟁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단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파병의 목적을 “국제 공공재 제공과 한국의 경제 안보”로 특정하고 기한도 명시하되 “상응하는 약속을 요구하는 패키지 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병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움직임이 포착되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주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시간과의 싸움에선 (두 달 후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불리하다. 우리가 그런 걸 감안해 조급하게 파병을 결정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송영길 의원은 YTN 라디오에 출연해 “이라크 전쟁 때보다 더 명분이 없다”며 “계속 미국의 입장을 들어주고 대화하면서 제3의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영국·프랑스와 협력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영배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솔직히 파병 반대”라면서도 “원유 수송 과정에서 보호 수단은 꼭 필요하다. 영국·프랑스도 (호르무즈 해협) 군함은 가 있다. 연합 차원에서 고민은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 김병주 의원도 “나중에 항행의 자유, 우리 상선 보호를 한다면 프랑스나 영국 등 이런 나라들과 협조를 할 필요는 있다”고 했다.
백서연·강동용·김헌주기자
2026-09-1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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