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드니로 대신 최민식 보여주고 싶었다”…영화 ‘인턴’ 최민식[인터뷰]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수정 2026-09-09 10:55
입력 2026-09-09 10:37
16일 개봉하는 영화 ‘인턴’은 2015년 동명의 할리우드 영화를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 영화다. 원작에서 주인공 로버트 드니로 역을 최민식 배우가 연기한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제가 로버트 드니로를 어떻게 똑같이 따라 하겠습니까. 차별화를 둬야 했죠. 세련된 서양 남자의 아우라보다 한국 아저씨 분위기를 좀 더 살려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배우 최민식(64)은 영화 ‘인턴’ 리메이크판 제의가 들어왔을 당시를 떠올렸다. “리메이크작이다 보니 비교될 게 뻔했고, 솔직히 부담스러웠다”면서도 “한편으론 ‘내가 뭘 겁내나’ 싶더라. 그냥 유쾌하게 한번 풀어보자 생각하니 걱정이 사라졌다”고 했다.


16일 개봉하는 영화 ‘인턴’은 37년 다니던 직장에서 은퇴해 노년을 보내던 기호가 패션 스타트업 ‘우투투’에 실버 인턴으로 입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기호는 3년 만에 매출 100억원을 넘기면서 업계 다크호스로 떠오른 우투투 CEO 선우(한소희)의 직속 인턴 직원으로 배정된다. 영화는 이 과정에서 세대와 직위가 다른 기호와 선우의 우정을 그렸다. 세계적인 배우 로버트 드니로가 주연한 2015년 동명의 할리우드 영화가 원작이다.

원작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지만 다른 부분이 몇 곳 있다. 예컨대 원작에서 줄스(앤 해서웨이)가 어머니에게 보낸 이메일을 지우기 위해 벤(로버트 드니로)을 비롯한 직원들이 나서는 장면은 갑질을 일삼는 인플루언서의 카톡 메시지를 지우는 식으로 일부 장면에서 변화를 줬다. 담백한 분위기의 원작에 비해 리메이크판은 상당히 유쾌하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최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민식은 “영화 촬영 전 ‘물’을 떠올렸다”고 밝혔다.

기호가 선우를 딸처럼 여기면서 대화하는 영화 ‘인턴’의 한 장면. 원작과 다른 부분으로, 배우 최민식의 진가를 볼 수 있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물이 되려고 노력했습니다. 세모난 그릇에 담기면 세모, 네모난 그릇에 담기면 네모가 되자고. 같이 어울리자, 후배들과 재밌게 놀자는 마음으로 들어갔어요. 예컨대 주성(김요한)이와 핸드셰이크 하는 장면은 즉석에서 배운 겁니다. 처음엔 잘 못했는데, 어느 순간 죽이 착착 맞더라고요. 아마 영화 속 기호도 그랬을 겁니다.”

원작과 비슷하게 가던 영화는 후반부에 급격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특히 기호가 선우를 딸처럼 여기면서 대화하는 장면에서는 배우 최민식의 진가를 볼 수 있다. 기호의 캐릭터를 그대로 살리면서도 ‘꼰대’ 같은 대사를 ‘꼰대스럽지 않게’ 보여준다. 최민식은 “연출한 김도영 감독에게 ‘내가 대본을 조금 바꿔볼 테니 한소희 배우에게는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다”면서 “한소희가 실제로 놀라는 장면이 영화에 그대로 담겼다. 제가 원하던 바로 그 장면”이라고 소개했다.

최민식은 선우 역을 맡은 한소희의 열정을 높이 샀다. “배우는 표현하고야 말겠다는 절실함이 있어야 하는데, 촬영하다 보니 ‘한소희가 이 작품에 목숨 걸었구나’ 생각이 들더라. ‘나도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 생각이 들었을 정도”라고 했다. 김 감독에 대해서는 “배우 출신이다 보니 배우 마음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잘할 수 있게 판을 깔아줘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영화 속 최민식의 변신은 또 다른 볼거리다. 청바지에 트렌치코트를 입은 세련된 모습으로 시작해 영화 내내 단정한 정장을 입고 중후함을 선보인다. “작품을 위해 몸무게를 많이 줄였다. 부단하게 운동하고 식이요법도 철저히 병행했는데, 사실은 건강을 위해서”라고 귀띔했다.

영화 ‘인턴’의 한 장면. 그동안 센 역할을 주로 했던 최민식의 변신은 또 다른 볼거리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센 역할을 주로 맡았던 과거작을 돌아보면 이번 역은 그야말로 ‘변신’이다. “‘인턴’을 하기로 한 뒤엔 생활 자체가 나도 모르게 기호처럼 유해졌다”고 밝힌 그는 “전작 ‘카지노’를 할 때는 최무식으로 한동안 살았다. 특히 ‘악마를 보았다’(2010)의 살인마 장경철을 했을 때는 정말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번 영화는 맛보기일 뿐”이라고 웃었다.

“이미지가 고정되는 건 배우로선 사실 그리 좋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인턴’은 나름대로 도전이었습니다. 새로운 세상에 들어가는 것이랄까요. 여태까지와 다른 옷을 입으면 굉장히 묘한 쾌감이 있습니다. 거기까지 가는 노력은 고통스럽지만, 새로운 역을 도전하는 게 배우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로버트 드니로 형님은 이제 노년이지만, 저는 그래도 아직 청년”이라고 밝힌 그는 “앞으로도 다양한 역을 더 하고 싶다”는 의욕도 내비쳤다. “사람에 대해, 관계에 대해 알 만한 나이가 된 것 같다. 이제 역할 표현에 자신이 좀 생겼다”면서 “우리 영화판이 제 나이대 배우를 효율적으로 써먹질 못해 안타깝다. ‘묵은지 최민식’을 좀 더 써줬으면 좋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나이가 드니 배우로서의 욕심이 점점 더 생깁니다. 더 참여하고 더 만져보고 더 냄새 맡고 싶어요. 배우가 무슨 다른 목표가 있겠습니까. 죽을 때까지 좋은 작품 하는 게 바로 목표죠.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완성도 있는 영화 계속하는 게 바로 배우 최민식의 목표입니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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