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구 ‘계엄 직후 대법원 침묵’ 작심 비판… “말해야 할 때 못 하면 말할 기회 잃어”

서진솔 기자
수정 2026-09-08 00:46
입력 2026-09-08 00:03
靑·대법원 갈등 속 퇴임
“사법부 의지·판단 국민에 설명해야”조희대 ‘침묵’… 대법관 두 자리 공백
연합뉴스
이흥구(63·사법연수원 22기) 대법관이 7일 본인의 퇴임식에서 “법원에 대한 불신이 심각해지고 있다. 12·3 비상계엄 이후 국가 위기 상황에서 국민에게 입장을 전달하는 데 실패했다”고 작심 발언하며 성찰과 소통을 촉구했다.
이 대법관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법원의 힘과 권위는 주권자인 국민에게 나오기 때문에 신뢰받지 못하는 현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면서 “불신을 신뢰로 바꾸기 위해 그 원인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해소하려는 미래 지향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법관은 이어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선 필요한 시점에 적절하게 소통하면서 사법부가 어떤 판단과 의지를 갖췄는지 설명해야 한다”면서 “법원이 말해야 할 때 제대로 못 하면 말할 기회조차 잃게 된다는 게 냉정한 진실”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3월 시행된 법왜곡죄, 재판소원, 대법관 증원 등 사법개혁 3법과 관련해서도 “불공정하고 충실하지 못한 재판, 당사자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전문적이지 못한 재판,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재판 등이 입법 배경이었다”며 “사법부가 권위적인 모습을 내려놓은 뒤 투명하고 설득력 있는 재판을 지향해야 한다”고 했다.
계엄 직후 대법원이 계엄의 위헌·위법성을 곧바로 밝히지 않은 것이 이후 사법부에 대한 불신과 정치권의 압박을 키웠고, 결국 사법개혁 3법 추진 과정에서 법원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이 대법관은 또 “사법부가 자기 문법과 지향점에 충실했는지, 이를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했는지 끊임없이 묻고 답해야 한다”면서 “충분히 성찰하지 못하면 법원은 정치 소용돌이에서 헤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법관은 지난해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다수의견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을 때 오경미 대법관과 함께 무죄 취지의 상고기각 의견을 냈다. 이 대법관이 6년 임기를 마치면서 대법관 두 자리가 공석이 됐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대법원으로 출근하며 후속 조치에 관한 질문에 침묵했다.
서진솔 기자
2026-09-0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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