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3억 자사주’로 경영권 방어했나…경찰, 한진칼 압수수색

손지연 기자
손지연 기자
수정 2026-09-07 15:43
입력 2026-09-07 15:43

사내복지기금에 자사주 44만주 출연
LS와 650억 교환사채 거래도 조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한진칼 등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7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 모습. 이지훈 기자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663억원 상당의 회사 자산을 활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이 강제수사에 나섰다.

7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등 혐의로 한진칼 본사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수사는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지난해 5월 27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류경표 한진칼 대표를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한진칼은 지난해 5월 15일 자사주 44만 44주를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했다. 당시 주가를 기준으로 약 663억원 규모로, 전체 지분의 0.66%에 해당한다. 서민위는 이를 호반그룹의 지분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지배구조 방어 조치라고 주장했다.

서민위는 당시 두 사람을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과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지만 경찰은 현재 특경법상 배임 등을 적용해 수사하고 있다. 횡령은 회사 재산을 개인적으로 빼돌리거나 처분할 때 성립한다. 반면 배임은 회사 업무를 맡은 사람이 회사에 손해를 끼치면서 자신이나 제3자에게 이익을 주는 경우에 적용된다.

이번 사건처럼 자사주 출연 의사결정이 조 회장 등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면 배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고발장에 적힌 당초 혐의보다 범죄 사실에 더 적합한 혐의로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LS그룹과의 거래도 문제로 꼽혔다. LS그룹이 다음날 대한항공을 상대로 65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하고, 대한항공이 이를 인수해 LS 주식 약 38만 7000주(1.2%)로 교환할 수 있도록 한 일련의 거래가 한진그룹의 우호 지분 확보와 연관됐다는 취지다. 서민위는 “자사주는 지배주주 자금이 아닌 회사의 현금으로 매수한 것”이라며 자사주 출연이 지배권 방어 외에 다른 필요성이 없는 부당한 기부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실제 출연 결정이 회사 이익에 부합했는지와 경영진의 배임 책임이 성립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손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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