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혐오·갈등 컨트롤타워 만든다…학교 문화 근본적 개선”

김가현 기자
수정 2026-09-07 15:27
입력 2026-09-07 15:27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인터뷰
서울시교육청이 학교 내 혐오·차별 및 갈등을 관리하고 인권 친화적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컨트롤타워를 만든다. 배재고 야구부 사태로 드러난 청소년 혐오표현, 교권침해, 학교폭력 등 여러 교내 문제가 ‘상호존중 부족’에 기인한다고 보고, 교육공동체 회복을 위한 근본적 개선에 나선다는 취지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3일 서울 용산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진행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혐오·차별적인 행동의 배경엔 제도 미비도 있고 구조적 원인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문화적 문제가 있다”면서 “교육공동체 전체의 인권문화를 함께 다루는 ‘인권문화추진단’을 한시 기구로 설치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배재고 야구부의 ‘혐오 구호’ 논란, 드라마 ‘참교육’이 상기시킨 교권침해 문제, 학생인권조례 폐지 부결 등 일련의 사태를 거치면서 정 교육감이 고민을 거듭한 끝에 내놓은 결과물이다. 각각의 분쟁에 대해 사후 대응하기 급급했던 기존의 방식을 ‘예방 중심’으로 전환해 갈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정 교육감은 “교권침해는 학생과 학부모가 교권을 존중하지 않아서, 학교폭력은 학생이 학생을 존중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라면서 “나의 인권이 존중 받으려면 상대의 인권도 존중해야 한다는 ‘상호존중 문화’를 학교에 자리잡게 할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권문화추진단은 조직·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내년 초 출범할 예정이다.
교육교부금 개편안엔 “교육 선도국가의 꿈 포기”
새 산식엔 완충 기능 없어…절차적 하자도 문제
AI 교육, 이주배경학생 등 ‘플러스 요인’도 담아야정 교육감은 50여년간 유지돼온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의 내국세 연동 방식이 폐지된 것과 관련해선 “세계적인 교육 선도국가로 가는 꿈을 포기한 개편안”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정 교육감은 새 교부금 산정 방식이 교육재정의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린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그는 “현행 방식은 세수가 좋을 때 지방교육재정안정화기금 등에 여력을 적립해 두고 침체기에는 이를 꺼내 쓰는 완충 기능이 있지만, 새 산식엔 없다”고 꼬집었다.
교부금 집행 당사자인 시도교육감과의 사전 협의가 없었던 만큼 절차적 정당성에도 하자가 있다는 입장이다. 정 교육감은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법률 개정 문제인 만큼 국회에서 논의를 다시 하겠지만, 교육위에서 논의를 해야 하는데 예산부수법안으로 처리될까봐 우려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의 교육·인재 계정을 신설해 교육 예산의 전체 파이를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정 교육감은 실질적인 예산 증액은 크지 않다고 본다. 그는 “추경을 반영한 76조 4381억원을 기준으로 하면 2조 4000억원(3.2%) 정도 느는 데 그친다”면서 “이는 정부가 이미 결정한 2027년도 공무원 보수 인상률 3.9%에도 못 미친다”고 꼬집었다.
교부금 개편을 하더라도 인공지능(AI) 교육, 이주배경학생 급증 등 ‘플러스(+)’ 요인을 담아야 하지만, 현재 개편안엔 마이너스(-) 요인밖에 없다고도 비판했다. 정 교육감은 “학생수 연동 예산은 10% 정도밖에 안 되는데, 10%를 반영해야지 왜 35%를 반영하나”면서 “산식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근식 2기 핵심 정책은 의무교육 확장한 ‘기본교육’
유아 무상교육, 기초학력, 마음건강…3대 간판 정책6·3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그는 의무교육, 무상교육을 확장한 ‘기본교육’을 2기 핵심 정책으로 내걸었다. 1950년대 우리나라에 의무교육 제도가 도입된 이래 2004년 중학교 의무교육, 2019년 고등학교 무상교육이 도입됐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유아부터 노년까지 교육 대상을 확대하고, 정서적 기반과 민주시민 소양까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본다. 정 교육감은 “현재의 의무교육은 초·중·고에만 해당돼서 저출생·인구감소가 심각한 현 사회에선 지속 가능성이 없다”면서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가 유아교육을 무상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육감은 유아 무상교육 외에도 기초학력, 마음건강 정책을 기본교육을 위한 간판정책으로 소개했다. 그는 “1기에 11개 지원청에 설치한 서울학습진단성장센터를 25개 전 자치구로 확대하려고 한다”면서 “난독·난산·경계선지능 학생을 통합적으로 지원해 기초학력 격차를 좁히겠다”고 말했다. 이어 “자살 시도 등 구체적으로 마음건강에 위기를 보이는 건수는 1000건이 넘는다”면서 “2030년까지 모든 학교에 전문상담사를 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2기 1호 결재 사업인 ‘마음회복학교’는 2028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옛 덕수고 부지를 리모델링해 학생들이 다친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주간 통학형 대안교육 위탁기관’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정 교육감은 “학생들이 1학기 혹은 1년 동안 마음회복학교로 등교하며 정규 교과 수업과 전문 심리지원을 동시에 받는다”면서 “치료가 끝나면 원래 학교로 돌아가게끔 설계돼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2030년엔 마음회복을 목적으로 하는 ‘서울형 공립 대안학교’를 설립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3시 하교엔 “인력 충원해 해결”
늘어난 시간에 별도 교육 프로그램 운영해야
내신 서·논술형 평가 2030학년도 이후 50% ↑
폰프리·SNS 규제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병행”초등학교 저학년 교육시간 확대에 대해선 ‘인력’을 충원해 해결할 문제라고 봤다. 정 교육감은 “초등학교 1, 2학년 3시 하교는 학부모들은 환영하고 교사들은 반대하는 문제”라면서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선 아이들을 특별히 보살필 인력과 예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늘릴 게 아니라 추가 인력을 고용해 늘어난 시간에 아이들을 교육할 별도의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는 의미다.
서·논술형 평가 확대와 대입제도 개편에 대해선 학교에게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주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학교 교육과정, 내신 평가, 대입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종합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고교 내신 서·논술형 평가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2030학년도 이후엔 50% 이상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수능의 경우 이보다 한 단계 늦게, 2037학년도에 50%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폰프리 학교, 학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 규제에 대해선 “동의하지만 규제만으로 완결되지는 않는다”면서 “플랫폼에 공적 책임을 묻는 것과, 학생 스스로 절제하는 힘을 기르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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