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죽어도 정우주? 이 정도면 고문 수준…상처만 깊어지는 1군 등판

류재민 기자
수정 2026-09-04 15:56
입력 2026-09-04 07:20
KT전서 보크까지 범하며 3실점
후반기 평균자책점 18.90 처참
2년 차에 맞게 관리법 고민해야
이미 실컷 얻어맞고 체력이 바닥난 권투 선수를 링 위에 싸우라고 또 올리는 것은 죽으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때로는 포기하는 법도, 미래를 위해 아끼는 법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정우주(한화 이글스)는 예외인 것 같다. 나갈 때마다 신나게 얻어터지는데도 도무지 포기할 줄 모르고 또 던지라고 올린다. 이 정도면 선수 본인에게도 고문이나 다름없는 날들의 연속이다. 이제 고작 2년 차로 앞날이 창창한 선수에게 무엇을 남기기 위해 쓰는 것인지 의문만 남는다.
한화는 3일 경기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주중 3연전 마지막 맞대결에서 11-13으로 패했다. 이 패배로 한화는 9연패에 빠졌다. 반면 3연승을 거둔 KT는 69승 3무 43패로 연승이 끊긴 삼성 라이온즈(70승 3무 45패)를 제치고 다시 1위로 올라섰다.
한화와 KT가 각각 믿는 선발 왕옌청과 고영표가 등판했지만 초반부터 경기가 폭발했다. 한화가 1회초 먼저 5점을 내자 KT는 1회말 3점을 냈고 한화가 3회초 다시 2점을 내자 KT도 1점을 따라붙었다. 왕옌청은 3과3분의1이닝 6실점, 고영표는 3이닝 7실점을 기록한 채 교체됐다.
KT는 3회부터 6회까지 매회 득점에 성공하며 경기를 뒤집었고 한화가 8회초 1점을 내자 8회말 다시 3점을 달아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한화가 뒤늦게 박정현의 3점 홈런으로 추격해보려 했지만 끝내 뒤집는 데 실패했다.
결과론이지만 결국 8회말 정우주 투입이 악수가 됐다. 정우주는 김상수에게 볼넷을 내준 데 이어 희생번트를 시도한 유준규를 실책으로 출루시켰고 오윤석에게 안타를 맞으며 실점했다. 조대현의 희생번트로 만들어진 1사 2, 3루 위기에서는 보크를 범해 1점을 또 헌납했다. 권동진의 희생플라이까지 더해 KT가 8회말에 3점을 낸 것이 결국 이날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정우주는 한화가 가을야구를 위한 승부수로 지난달 김서현과 함께 1군에 다시 등록됐다. 그러나 후반기 성적은 8경기 1패 평균자책점 18.90으로 처참하다. 냉정하게 평가해 1군에서 활용하기 어려운 성적이다. 지난해의 패기는 사라진 지 오래고 올해 2년 차 징크스를 제대로 겪으며 좀처럼 구위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
2년 차는 프로 무대에서 유독 어려운 연차로 꼽힌다. 신인 때 아마추어의 몸이 프로를 겪으면서 나름 버텼다 싶어도 2년 차 들어 후유증이 오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관리하는 게 맞는지 정답도 없다. 신인 때 잘했으면 잘한 대로 무리해서, 신인 때 못했으면 보여주고 싶은 의욕에 그르치거나 아니면 확신이 없어 쓰기 어렵다. 특히 정우주처럼 신인 때 돋보였던 선수들은 팬들의 거센 비난까지 겹쳐 이중, 삼중으로 힘들다.
2년 차 선수 관리에 대한 정답은 없지만 이렇게 매일 얻어맞게 방치하는 것을 정답이라고 하기는 어렵다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믿음의 야구도 좋지만 믿음이 지나치면 아집이 된다.
한화의 가을야구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정우주에게 이렇게 가혹한 시련을 주는 게 맞는지 돌이켜봐야 할 때다. 신인 때 잘했던 2년 차 선수니까 보다 세심하게 관리해줘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미래를 길게 내다볼 필요가 있다. 정우주에게 필요한 것은 나설 때마다 상처만 깊어져 가는 등판이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고 재정비할 시간일지 모른다.
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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