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초보 식집사

이순녀 기자
이순녀 기자
수정 2026-09-04 04:31
입력 2026-09-04 01:09


아침에 눈을 뜨면 거실 창가에 둔 화분부터 살핀다. 밤새 잎이 얼마나 자랐는지, 색이 변하지는 않았는지 찬찬히 들여다보는 것으로 하루의 일과를 시작한다.

집에 새 식구를 들인 지 두 달쯤 됐다. 식물 키우기에는 영 소질이 없는 내가 큰 결심 끝에 데려온 반려식물이다. 동네를 산책하다 우연히 식물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화원을 발견한 것이 계기가 됐다. 키우기 쉽고, 공기정화 효과도 있는 스파티필름을 초보자 입문용으로 추천받았다. ‘세심한 사랑’, ‘평화’ 등의 꽃말도 마음에 들었다.


화분을 품에 안고 집으로 온 날, 나는 성실한 ‘식집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만큼은 정말 잘 키우고 싶은 열망이 마음 깊은 곳에서 솟구쳤다.

식물을 잘 키우는 능력자들을 ‘그린 핑거스’라고 부른다. 선인장조차 말려 죽이는 초보 식집사인 나로선 그저 존경스럽고 부러울 따름이다.

다행히도 식물과 함께하는 시간이 쌓이면서 미미하지만 변화를 느끼고 있다. 예전보다 조금은 자신이 생겼다고 할까. 반려식물과 더불어 나도 성장하고 있다.



이순녀 수석논설위원
2026-09-04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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