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란기 여성, ‘큰 로고’ 명품에 더 끌린다? 알고 보니 [사이언스 브런치]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수정 2026-09-03 17:30
입력 2026-09-03 17:30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값비싼 물건을 사는 이른바 ‘과시적 소비’는 미국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이 저서 ‘유한계급론’에서 처음 제시한 뒤 사회학자와 경제·경영학자, 심리학자들 연구 대상이 됐다. 짝짓기 동기와 과시적 소비를 연결한 연구는 대부분 남성을 대상으로 했고 여성의 명품 소비는 지위 추구나 동성 간 경쟁으로 설명하는 데 그쳤다. 그 배경에 어떤 생물학적 조건이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다뤄졌다.

전북대, 미국 럿거스대 경영대학원, 플로리다 뉴베리 스키마 행동과학 연구소, 오네온타 뉴욕주립대(SUNY Oneonta) 경제경영학부, 미네소타대 경영대학원 공동 연구팀은 가임 능력과 관련된 호르몬 변화가 여성이 눈에 잘 띄는 명품 소비 경향을 높인다고 밝혔다. 이는 남성의 시선을 끌기 위한 행동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북대 경영학과 김애경 교수가 제1저자 및 교신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플로스원’ 9월 3일 자에 실렸다.


국내 연구진이 주도한 국제 공동연구팀이 배란기 여성의 명품 선호 이유에 대해 밝히는 연구 결과를 내놔 눈길을 끈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중 한 장면

서울신문 DB


전 세계적으로 소비자들은 해마다 수십억 달러를 명품 의류, 액세서리, 보석, 고급 자동차 같은 제품 구입에 쓴다. 대체로 자기를 과시하기 위해서다. 명품과 관련 서비스 지출 절반 가까이는 여성이 차지하는데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알리려는 동기가 일부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이런 지위 추구와는 별개로 에스트로겐 수치가 올라가고 임신 가능성이 높아지는 배란기 무렵에 여성이 짝을 끌어들이기 위해 눈에 띄는 명품 소비에 나서는지 주목했다. 이에 연구팀은 배란기에 가까운 여성일수록 명품을 선호하고 다른 사람 눈에 잘 띄는 큰 로고가 박힌 옷을 입는 식으로 명품을 과시적으로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고 가정했다.

연구팀은 호르몬 피임약을 복용하지 않는 여대생 70명(평균 22.6세)을 대상으로 핸드백과 구두에 구찌, 샤넬, 루이비통 같은 명품 브랜드 로고를 연필로 직접 그리게 한 뒤 캘리퍼로 가로, 세로 크기를 측정해 면적을 계산하게 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가임력이 낮은 시기보다 배란기에 가까울 때 로고를 더 크게 그렸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이성의 눈에 띄기 위해 과시적 명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연구에서는 역시 호르몬 피임약을 복용하지 않은 여성 332명을 대상으로 설문해 배란 예정일을 추정한 뒤 명품 브랜드와 일반 브랜드 구매 의향, 그리고 명품 브랜드를 공개 착용할 것인지 집에서만 착용할 것인지를 물었다. 그 결과 배란기에 가까운 여성일수록 남들이 보는 자리에서 착용하는 명품에 대한 구매 욕구가 높았지만 혼자 쓰는 명품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배란기에 명품 욕구가 커지는 이유는 눈에 띌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세 번째 실험에서는 358명의 여성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은 “남성은 여성의 미소와 미모, 걸음걸이를 보지만 입은 옷의 브랜드는 보지 않는다”는 가짜 기사를 보여주고 다른 쪽은 “관측 가능한 우주에 은하가 2조 개”라는 기사를 읽도록 한 뒤 일반 브랜드와 명품 브랜드의 100달러 상품권 중 하나를 고르도록 했다. 그 결과 앞선 남성 성향에 대한 가짜 기사를 읽은 여성들은 배란기에 가깝더라도 명품 브랜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연구자가 포함된 국제 공동 연구팀은 여성의 과시적 소비 이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재미있는 결과를 이끌어 냈다.

픽사베이 제공


이번 연구는 여성의 명품 선호가 눈높이가 높다는 것을 알려 부적절한 남성을 걸러내는 ‘짝 선별’ 신호로 쓰인다는 기존 연구에 대해 반박하며 ‘더 많은 남성의 눈에 띄기 위해’ 명품을 쓴다고 주장한다. 이번 연구는 과시적 소비와 짝짓기 동기를 엮은 연구들 대부분이 남성을 대상으로 하고, 여성들은 섹시한 옷차림 연구가 주였지만 미모를 높여주지도 않는 명품이 왜 배란기에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지를 다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여성이 남성의 관심을 끌려는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인과관계를 입증하도록 설계된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했다. “배란이 명품 욕구에 미치는 영향이 단순히 값비싼 제품 전반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는 현상이 아니며 오히려 사회적으로 전략적 성격을 보인다”며 “명품 소비가 남들 눈에 보이고 자신에게 직접 해당될 때 효과가 강해지는 반면 남성이 그런 신호에 주목하지 않는다고 믿을 때는 사라진다”고 덧붙였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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