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LSD를 해야할 때…초보라면 거리보다 시간을 기준으로 [박성국의 러닝 보급소]

박성국 기자
수정 2026-09-03 10:49
입력 2026-09-03 10:49
“이번 주말 한강 LSD 콜? 530으로 25~30k.”
서는 곳이 달라지면 보이는 것도 달라진다고 했다. 과거 사건 담당 기자 시절이었다면 대검찰청이 해마다 발간하는 ‘마약 백서’에서나 봤던 향정신성의약품인 LSD(리세르그산 다이에틸아마이드)는 저마다의 가을의 전설을 준비하는 러너들에게는 마라톤 완주의 필수 훈련인 ‘느린 장거리 달리기’(Long Slow Distance) 훈련을 의미할 뿐이다. 평소의 조깅이나 스피드 훈련 거리보다는 훨씬 긴 거리를 달리는 대신 옆 사람과 대화가 가능할 정도의 편안한 페이스로 달리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전국적인 러닝 붐을 타고 전국 각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러닝 클래스도 본격적인 가을 대회 시즌이 다가오는 9월부터는 통상 2주에 한 번꼴로 LSD 훈련을 권장하며 훈련 일정에 포함하고 있다. 고온 다습한 7~8월 혹서기에 가벼운 조깅으로 기초 체력을 다지고 인터벌 달리기 등 단거리 훈련으로 속도를 어느 정도 끌어올린 뒤 42.195㎞ 풀코스를 완주할 능력을 키우기 위함이다.
서울 지역은 이달 들어 많은 비가 내린 직후부터 기온과 습도가 한층 꺾이면서 장거리 달리기를 위해 한강 일원과 상암 하늘공원 등을 찾는 사람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그런데 올해 가을과 내년 봄 생애 첫 마라톤에 도전하는 초보자라면 ‘얼마나 천천히, 얼마나 오래, 얼마나 멀리 달려야 하나’ 막막해지기 마련이다. 가령 10㎞를 40분에 완주(4분 페이스)하는 사람과 1시간에 완주(6분 페이스)하는 사람이 같은 강도의 LSD 훈련을 소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가장 기초적으로 ‘완주’ 자체가 목적인 사람이라면 페이스와 상관없이 쉬지 않고 최장 시간 달릴 수 있는 시간을 점진적으로 늘릴 것을 권한다.
1994년 미국 노던 아이오와대학교 연구진의 LSD 훈련 연구는 ‘더 자주, 더 많이 뛰어야 한다’라던 마라톤 훈련 공식을 깨버린 대표 사례로 꼽힌다. 연구진은 당시 마라톤 경험이 없는 건강한 대학생 51명을 대상으로 LSD 훈련을 실시하며 이들의 체질량 지수와 최대 심박수, 최대 산소 섭취량(VO2 MAX)을 비롯해 최종 풀코스 완주 시간을 측정·비교했다.
실험은 거리와 페이스 기준이 아닌 ‘심박 예비율’의 60~75%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매주 1회, 1주 차에는 55분으로 시작해 14주 차까지는 150분으로 매주 달리는 시간을 늘려 15주 차 휴식 후 최종일에 풀코스를 달리게 했다. 당시 실험의 기준이 된 심박 예비율의 60~75%는 약간 숨은 가쁘지만 옆 사람과 짧은 대화는 나눌 수 있는 수준이다.
연구진은 이 실험을 주 6회 훈련 그룹과 주 4회 훈련 그룹으로 나눠 진행했는데, 결과는 두 그룹 모두 체질량 지수와 최대 심박수 감소, 최대 산소 섭취량 증가로 나타났고, 마라톤 완주 기록도 같은 성별끼리 비교했을 때 두 그룹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이 연구는 마라톤 완주 경험이 없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심박을 기준으로 LSD 훈련 효과를 추적·분석했다는 점에서 초보 러너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이런 실험과 마찬가지로 국내 러닝 클래스에서도 대부분 숙련된 러너가 아니라면 장거리 훈련 시 거리가 아닌 시간을 중심으로 훈련량과 강도를 제시한다. 한 번에 4~5시간을 달려본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당장 “30㎞를 천천히 달려보세요”라는 말보다는 “느리더라도 60분을 쉬지 않고 달려보고, 매주 10~20분씩 달리는 시간을 늘려보세요”라는 접근이 합리적이며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풀코스 완주 경험이 1회 이상 있거나, 서브4(4시간 이내 완주), 330(3시간 30분 이내 완주), 서브3(3시간 이내 완주) 등 완주 시간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라면 목표 완주 페이스보다 40~60초 느린 페이스로 25㎞ 전후 거리를 1회 차 훈련으로 소화한 뒤 2주 간격으로 주행 거리를 2~3㎞가량 늘려가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가령 10월 말~11월 초 대회에서 3시간 30분 이내 완주(평균 4분 58초 페이스)를 목표로 한 러너라면 첫 장거리 훈련을 5분 45초에서 6분 페이스로 잡고 25㎞ 정도를 달려본 뒤 최장 34~35㎞까지 훈련 거리를 늘려가는 식이다.
마라톤 선수 출신인 최범식 코치는 “가을 대회를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9월부터는 20㎞ 이상의 LSD 훈련을 시작해야 할 때”라면서 “2주 간격으로 주간 주행 거리 및 주말 LSD 거리를 20% 이상 늘리는 것은 금지해야 한다. 자세가 아무리 좋고 잘 달리더라도 ‘오버 트레이닝’은 곧 부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30㎞ 이상의 장거리 훈련은 늦어도 대회 3주 전에는 끝내야 하며, 그 이후에는 훈련량을 줄이며 근육과 신체의 회복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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