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개 지하도시로 은폐”…이란이 말하는 ‘자급자족’ 미사일 공장의 비밀 [밀리터리노트]

문경근 기자
문경근 기자
수정 2026-09-01 11:31
입력 2026-09-01 11:31

미군 폭격에도 “미사일 비축량 90% 이상 건재” 호언장담
산악 지대 지하에 복합체·완전 국산화 공급망이 ‘강력한 억지력’ 배경

이란 혁명수비대가 국영 매체를 통해 공개한 드론 무기 터널. 파르스 통신 텔레그램 캡처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2일(현지시간) 국영 매체를 통해 공개한 영상에 이란제 드론 샤헤드와 미사일이 빼곡히 진열된 지하 터널 모습이 담겼다. 터널 영상에는 사망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진이 벽에 걸린 모습도 포착됐다. 파르스 통신 텔레그램 캡처


미국의 연이은 정밀 타격에도 불구하고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전략 미사일 비축량의 90% 이상이 온전히 남아 있다”고 주장하며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미군의 주요 방공망과 군사 거점 폭격 이후 이란의 무기 역량이 크게 약화했을 것이라는 서방 언론과 군 당국의 추정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공습의 충격 속에서도 이란이 이처럼 당당한 군사적 자신감을 내보일 수 있는 배경에는 수십 년간 구축해 온 ‘지하 군사 도시’와 ‘자급자족형 미사일 생산 체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백 개 지하도시로 은폐”…미군 정밀 폭격 무력화하는 분산 전략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작전 개시 22일째인 21일(현지시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이스라엘 중·북부와 바레인 주페어지역에 있는 미 해군 제5함대 본부를 겨냥한 개전 후 72번째 공격을 감행했다. 사진은 이날 IRGC가 군사 목표물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 2026.3.21 IRGC 자료


모하마드 레자 나크디 IRGC 총사령관 고문은 최근 위성방송 인터뷰에서 “이란은 수백 개의 도시와 산업시설 단지를 갖고 있어 지하와 지상의 여러 장소에 무기 생산 과정을 은폐·분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란의 미사일 기지는 단일 초대형 시설이 아닌, 전국 각지 깊은 산악 지대 콘크리트 지하 터널에 거대망처럼 연결돼 있다. 이는 미군의 B-2 스텔스 폭격기나 ‘벙커버스터’ 같은 강력한 땅속 침투용 무기로도 단번에 타격하기 어려운 구조다. 한 곳이 파괴되더라도 다른 지하 기지에서 즉각 발사 및 생산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이른바 ‘생존성 중심 분산 전략’이다.



‘완전 자급자족’ 국산화 공급망…피해 봐도 안전지대서 재건
호르무즈 해역 인근서 미사일 발사 훈련 중인 이란군(2022년 12월) 연합뉴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고강도 경제 제재 속에서도 이란이 미사일을 계속 찍어낼 수 있는 핵심 비밀은 부품과 기술의 ‘국산화’다. 나크디 고문은 “이란의 큰 강점 중 하나는 무기를 국내에서 직접 생산한다는 점”이라며 무기 생산망의 장기 지속 가능성을 자신했다.

일각에서는 이란이 외부 수입 부품 의존도를 최소화한 덕분에 서방의 공급망 차단책이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실제로 이란 측은 공습으로 피해를 본 생산 시설조차 매우 안전한 대체 장소로 즉각 옮겨 재건했으며, 첨단 기술을 활용해 작전 소모분을 상쇄할 정도의 빠른 속도로 미사일을 계속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쟁도 협상도 아닌 ‘억지력 확보’…중동 장기전의 변수
2023년 5월 25(현지시간) 이란이 공개한 호람샤르-4, 즉 케이바르 미사일 발사 장면. 이란은 2000년대 초 북한에서 수입한 화성-10형(무수단 미사일, 나토명 BM-25)을 바탕으로 호람샤르-1을 개발했으며, 이후 호람샤르-2,3 등 개량형을 만든 뒤 독자적 파생형 호람샤르-4를 선보이기에 이르렀다. 호람샤르-4는 최대 80개의 자탄을 탑재한 1500㎏급 모탄을 싣고 2000㎞를 비행할 수 있다. 이란의 파즈르 유도 시스템이 적용돼 정밀 유도 및 재진입체 생존성이 강화된 것이 특징이다. 2025.6.19 파르스 통신 자료


이란의 이 같은 군사적 행보는 미군과의 직접적인 전면전을 치르기보다, 미군의 추가 공습 의지를 꺾는 ‘지속 가능한 억지력’을 보여주기 위한 심리전 성격이 짙다. 이란 군 당국 역시 현 우선순위를 ‘전쟁이나 협상’이 아닌 ‘억지력 확보’라고 명확히 선언한 상태다.

결국 미국이 이란의 미사일 재건을 막기 위해 주기적인 공습을 검토하더라도, 지하 깊숙이 자리한 자급자족 생산망을 완전히 뿌리뽑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대치가 단기전으로 끝나지 않고 지루한 ‘미사일 소모전’과 심리전 양상으로 장기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경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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