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떠밀려와 영안실 포화 상태
부패 심해 DNA 채취한 뒤 매장
하룻밤 새 숲 전체가 공동묘지로
상류 마을, 길 끊겨 구호품 못 줘
“전등 겨우 켜고 샘물·빗물로 버텨”
치트완 로이터 연합뉴스
네팔 대홍수 참사로 영안실이 포화할 정도로 시신이 급증하자 당국이 집단 매장을 시작했다. 시신 대부분은 신원 확인이 어려울 정도로 부패한 채 매장되며 이번 참사의 비극적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네팔 중남부 바라트푸르에서 홍수로 인한 신원 미상 시신 100여구가 인근 데브가트 숲에 집단 매장됐다. 전날 밤에도 시신 93구가 같은 곳에 묻히면서 하룻밤 사이에 숲 전체가 거대한 공동묘지로 바뀌었다. 집단 매장지에는 신원 미상의 희생자들을 번호로 표기한 표지판이 세워졌다.
앞서 당국은 대홍수가 처음 덮친 라수와에서 160㎞ 떨어진 치트완 강둑으로 시신이 떠밀려오자 바라트푸르 정부 청사를 임시 영안실로 만들어 시신을 보관했다. 당국에 따르면 기존 영안실은 30구의 시신밖에 보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물밀듯이 밀려오는 시신에 임시방편으로 만든 영안실은 금세 한계에 다다랐다. 특히 장마철 무더위가 겹치며 시신이 빠르게 부패해 절반 이상은 신원 확인도 불가한 상태가 됐다. 당국은 에어컨과 드라이아이스로 시신 부패를 막았지만 계속해서 몰려드는 시신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당국은 시신에서 발견된 특징적인 표식이나 옷가지 기록, DNA 샘플 채취를 통해 유족이 실종된 가족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지만, 현재까지 신원이 확인돼 유족에게 인계된 시신은 10여구에 불과하다. 일부 가족과 시민들은 힌두교 장례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매장이 서둘러 진행되고 있다며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며 “시신의 급속한 부패로 인한 공중보건 위험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시신이 부패하는 사이 폐허에 남겨진 시민들은 식량 부족과 식수난 등으로 비상 상황에 직면했다.
홍수 직격탄을 맞은 라수와 등 상류 마을 주민들이 피난 온 비두르 지역에 머물고 있는 한국인 허모(50)씨는 이날 서울신문에 “전기가 들어와도 전압이 약해 전등만 겨우 켤 정도”라며 “인근 샘과 가끔 내리는 비 말고는 물을 공급받을 방법도 없어 세수만 겨우 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희망친구 기아대책’의 문광진 선교사는 “라수와 등 고립된 상류 산간 지역은 길이 끊겨 헬기 없이 이동이 불가능하고, 이동하더라도 물자를 대량으로 가져갈 방법도 마땅찮다”고 호소했다.
이지·정회하 기자
2026-09-0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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