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정책 행위자가 된 AI, 정책학 교과서를 다시 쓰다…‘AI 시대의 인간 중심 정책학’ 출간
조현석 기자
수정 2026-08-31 11:29
입력 2026-08-31 11:29
인공지능(AI)이 정책과정 전반에 참여하는 새로운 정책 수단이자 행위자로 등장했다. 정부와 시민, 전문가가 상호 작용해 온 기존 정책과정의 거버넌스에 AI와 플랫폼, 빅테크 기업이 새로운 행위자로 등장하면서 기존 정책 시스템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박형준 성균관대 행정학과·국정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러한 변화를 다룬 ‘AI 시대의 인간 중심 정책학: 정책 과정·거버넌스·정책이론의 재구성’(윤성사, 416쪽)을 31일 출간했다.
지난해 한국정책학회 회장을 지낸 저자는 민간과 공공 부문에서 빠른 ‘인공지능 전환’(AX)에 따라 학술대회에서 AI 기반 정책분석, 알고리즘 행정과 책임성, 데이터 기반 정책평가 등 AI 관련 연구가 정책학의 거의 모든 영역을 뒤덮는 광경을 목격했다.
그러나 정작 학생들이 배우는 정책이론을 다루는 책에서는 그 변화를 제대로 담지 못하고 있었다. ‘수십 년 전의 사례와 이론만으로 오늘의 정책 현상을 설명하는 것이 과연 충분한가’. 이 질문에 대한 저자 나름의 대답이 이 책이다.
이 책은 정책학의 기초와 정책행위자, 거버넌스, 정책 수단을 거쳐 의제 설정 등으로 이어지는 15개 장의 뼈대는 기존 교과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것이 있다면 각 장의 마지막에 놓인 ‘AI 시대’ 절이다.
일선 관료제에서 알고리즘 관료제로, 사후 평가에서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각 장에서 배운 전통 이론이 AI 시대에 어떻게 재해석되고 도전받는지를 장별로 확인하도록 구성했다.
전통 이론과 AI 논의를 각종 사례와 심화학습, 토의주제를 따로 제시해 한 권에 담은 구성 덕분에 학부와 대학원, 그리고 공공정책을 다루는 실무가와 관심이 있는 일반인 모두에게 한 권의 기본서로 활용될 수 있다.
‘AI는 정책학의 패러다임 전환인가, 아니면 또 하나의 정책 수단의 진화인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물음은 마지막 장에서 다뤄진다. AI 활용에 최종적 인간의 개입 중요성을 다룬 휴먼 인 더 루프(Human in the loop)와 AI와 인간의 협력적 거버넌스를 다루고 있다.
제목에 ‘인간 중심’이라는 말을 넣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기술이 정책의 수단을 아무리 바꿔 놓더라도 정책의 지향점은 인간의 존엄과 행복이어야 한다”고 적었다.
무엇이 좋은 사회인지를 정의하고, 누구의 고통에 응답할 것인지를 결정하며, 그 결정에 책임을 지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라는 것이다. 해럴드 라스웰의 ‘민주주의 정책학’에서 출발해 ‘인간 중심 지능형 정책학’으로 논의를 맺는 구성은 그 선언의 학문적 표현이다.
특히 저자는 자료 수집과 도식화, 참고문헌 정리에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았음을 머리말에 소상히 밝히면서도, “책 작업의 시작과 마지막에는 항상 사람의 도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인간과 AI 협력의 실험이 곧 이 책의 제작 방식이었던 셈이다. 저자는 이 책이 완성형이 아님을 고백하며, 소프트웨어가 업데이트를 거듭하듯 개정을 통해 다듬어 가겠다고 약속했다. AI 시대의 교과서 다운 마무리다.
조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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