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빅테크 기업들이 빼앗는 것
수정 2026-08-26 01:02
입력 2026-08-26 01:02
관심과 시간이 빅테크의 목표
몰두할 가치 있는지 성찰하고
얻는 것만큼 잃는 것도 생각해야
인공지능(AI)에 대한 담론이 범람하는 요즘, 빅테크 기업들은 온 세상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기술이나 금융 투자에 특별히 관심 없는 사람들조차 빅테크 기업들을 열거하는 데 무리 없을 정도다. 빅테크 기업과 그에 반도체 등을 공급하는 여러 기업의 주인들은 슈퍼스타 못지않은 인기와 인지도마저 누린다. 가히 ‘빅테크와 아이들’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이 빅테크 기업들이 우리 일상에 어떻게 침투해 있는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AI 기술을 비롯한 여러 획기적인 기술들로 빅테크 기업들은 우리에게 장밋빛 미래를 제시한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상당수가 우리의 ‘관심과 시간’을 최대한 많이 빼앗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소유한 메타, 유튜브와 검색엔진 등을 소유한 구글, 스마트폰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는 애플, 온라인 쇼핑의 선두주자인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의 중심에는 사람들의 시간을 최대한 많이 빼앗아 자신들의 플랫폼에 ‘체류’시키고 소비시키는 일이 자리하고 있다.
1970년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허버트 사이먼은 ‘관심경제’(Attention economics)라는 용어로 현대사회의 핵심을 지적했다. 정보가 넘쳐날수록 인간의 관심은 가장 희소한 자원이 된다는 그의 통찰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 훨씬 더 정확한 현실이 되었다. AI 알고리즘은 우리가 무엇에 분노하고 환호하는지 끊임없이 학습하며 ‘관심’을 붙잡아 둔다. 그렇게 우리가 플랫폼에 쓴 시간은 고스란히 데이터화되고, 빅테크 기업의 천문학적인 매출과 주가로 환산된다.
사회학자 에바 일루즈는 ‘감정 채굴’(최지수 역, 돌베개)에서 특히 그 중심에 ‘감정’이 놓여 있음을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감정이 기술과 이처럼 하나가 된 적이 없었다. 감정이 기술 플랫폼의 일부가 되면서 전례 없는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 내고 있다. 주체성은 기술자본주의 체제하에서 가치 창출의 내부 기제로 자리잡고 있다.” 그에 따르면 ‘감정’이라는 원자재를 통해 빅테크 기업들은 우리를 플랫폼 중독에 빠뜨리며, 스마트폰에서 눈과 손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이런 시대에는, 빅테크 기업들이 전 세계 사람들의 관심과 시간을 더 잘 빼앗길 바라며 열심히 그들의 주식을 사는 것도 중요할 수 있겠지만, 그보다 빼앗기고 있는 내 관심과 시간을 더 먼저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의 희로애락이 알고리즘에 의해 세팅되며 증폭되는 것에 넋 놓고 따라가기보다는, 어느 순간 멈춰 서서 나의 ‘관심과 시간’을 어디에 쏟을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물론 플랫폼에 쏟는 시간이 내게 진정한 기쁨과 만족을 주고, 내 삶을 더 나아지게 하는 길이라면 애써 거부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하루 평균 5시간 정도 된다고 하는 한국인의 스마트폰 스크린타임을 생각해 보면, 1년이면 약 2000시간가량 쓰이는 그 시간이 정말 우리에게 값진 시간인지 되물을 필요가 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데 1만 시간가량 걸린다고 하는 통념에 따르면 우리는 대략 5년마다 얻을 수 있는 수준급의 연주나 요리 실력, 운동능력이나 지적 자산을 잃고 있는 셈이다.
매 시대마다 새로운 기술은 탄생했다. 그 기술들은 인류에게 많은 편의를 주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것은 주는 것이 있으면 빼앗는 것이 있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다는 트레이드오프(trade-off)야말로 만고불변의 진리일 것이다. 빅테크 기업들이 열어 보일 거라 주장하는 저 미래가 오기까지, 내가 잃는 것은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그것들 중에는 내가 마땅히 내 삶의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게 썼어야 할 사랑과 우정의 시간, 인생에서 한 번쯤 시도해 보고 싶었던 일에 대한 관심, 꿈에 도전하는 데 사용했어야 할 에너지 같은 것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정지우 변호사·작가
2026-08-2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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