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명우의 알고리즘 밖에서] 다성적 긴장의 지휘자는 어디에 있나

수정 2026-08-26 01:38
입력 2026-08-26 00:48
10대 때 봤던 영화 ‘스타워즈’의 세계에서는 두 종류의 로봇이 인간과 협업한다. 두 로봇은 인간의 부족한 점을 보완한다는 면은 같지만 외양은 사뭇 다르다. C-3PO는 인간을 더 닮았다. 반면 R2-D2는 사람이라기보다 기계를 연상시킨다. C-3PO가 인간처럼 이족보행하며 팔을 자유롭게 쓴다면, R2-D2는 팔다리 없이 로봇청소기처럼 바퀴로 움직인다. 인간과 두 로봇은 협화음과 불협화음을 넘나들며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 내는 다성음악의 공동 연주자이다.

스타워즈의 시공간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로봇이 커피를 내려주는 고속도로 휴게소도 적지 않다. 바퀴 달린 서빙 로봇이 주방에서 테이블까지 조리된 음식을 운반하는 걸 보고 노인조차 놀라지 않는다. 스타워즈의 세계는 먼 미래가 아니라 이미 도래한 현실이다.

국제로봇연맹의 2026년 4월 발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제조업 로봇 밀도는 근로자 1만 명당 1220대로 세계 평균 132대를 훌쩍 넘는 세계 1위다. 눈여겨볼 변화 중 하나는 인간과 로봇이 협력해 공통의 과제를 해결하는 경향의 증가이다. 로봇 중에서도 동일한 공간에서 인간과 로봇이 상호협력하게끔 설계된 로봇을 협동로봇(cobot)이라 한다. 2023년 기준 전 세계 산업용 로봇 신규 설치의 10.5%가 협동로봇이었다. 공장에 새로 들어가는 로봇 열 대 중 한 대는 인간의 ‘곁’에서 일하는 기계라는 뜻이다.


영어 단어 concern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긍정적 뉘앙스의 ‘관심’과 부정적인 ‘우려’의 뜻을 동시에 지닌다. 어느새 인간의 곁에 와 있는 협동로봇, 그 로봇을 바라보는 시선을 표현하기에 이중적 뜻을 지닌 concern만큼 적합한 단어는 없다. 인건비 인상과 인력난에 시달리는 기업에 협동로봇은 ‘관심’의 대상이다. 반면 자신의 자리가 기계에 의해 대체될 위험을 감지하는 노동자에게 협동로봇은 ‘우려’를 유발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이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미국 조지아주 공장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투입하겠다고 발표하며 긍정적 ‘관심’을 드러내면, 노조는 그 ‘관심’에서 일자리 축소라는 ‘우려’를 읽어낸다. 어떤 이는 ‘노·사 갈등’ 대신 ‘노(동자)·로(봇) 갈등’이 시대의 징후를 드러내는 표현이 될 것이라는 관심과 우려가 뒤섞인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여러 멜로디가 각자의 선율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하나의 음악을 구성하는 다성음악은 단선율로 구성된 음악보다 입체적이다. 그 입체성이 빚어내는 풍부한 느낌이 다성음악만의 매력이다. 협동로봇이 생산성 향상이라는 단 하나의 선율로 환원되기보다, 효율의 언어와 존엄의 언어가 다성적으로 울려 퍼질 때 우리 사회의 화음은 더욱 아름다워진다. 그 다성적 긴장을 외면하고 한 가지 잣대로 단선율로 억지 편곡한다면 기술 발전은 소수의 사람에겐 낙원을 가져다주지만, 다수를 디스토피아의 미래로 안내할 수도 있다. 모든 걸 기술적 과제로만 남겨둘 수는 없다. 그 다성적 긴장의 지휘자를 우리는 공론장이라 부른다.

노명우 아주대 경제정치사회융합학부 교수



노명우 아주대 경제정치사회융합학부 교수
2026-08-26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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