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깜빡깜빡’ 하는데…말솜씨가 좋아진 이유는 뭘까 [달콤한 사이언스]

유용하 기자
수정 2026-08-24 18:00
입력 2026-08-24 18:00
기대수명과 평균수명이 점차 길어지면서 많은 사람은 노년기 인지 기능 상실에 대해 걱정합니다. 치매와 같은 심각한 인지 장애 수준은 아니더라도 나이가 들면 젊었을 때에 비해 기억력을 비롯한 인지 기능이 저하되는 것이 사실이다. 노화는 작업 기억, 문제 해결 능력 등 인지 기능 관련 뇌 네트워크 기능이 저하한다. 그렇지만 뇌졸중이나 치매로 인해 뇌에 직접 손상이 가지 않는 이상 나이가 들수록 언어 능력은 유지되고 심지어 이전보다 더 나아지는 경우도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보스턴대 공동 연구팀은 언어 과제를 수행할 때 노인의 언어 처리 네트워크 활동은 젊은 성인의 뇌에서 관찰되는 것과 거의 동일하거나 심지어 더 나은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반면 의사 결정 같은 실행 제어 작업에 관여하는 뇌 시스템인 다중 요구 네트워크는 노인과 젊은이의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8월 24일 자에 실렸다.
픽사베이 제공
연구팀은 뇌 노화가 인지 및 언어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17~80세 남녀를 대상으로 관찰했다. 연구팀은 전두엽과 두정엽 등 뇌의 여러 영역을 포함하는 다중 요구 네트워크에 주목했다. 앞선 연구들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다중 요구 네트워크 활동의 동기화가 떨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일부 신경과학자들은 이런 현상이 언어 네트워크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지만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격자 안의 사각형 위치를 기억하는 공간 기억 작업과 낯선 단어와 독특한 문법 구조를 가진 이야기를 듣고 문장을 읽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공간 기억 실험에서 노인들의 다중 요구 네트워크는 더 작고 동기화가 덜 되는 등 활성화가 약하게 나타났다. 반면 언어 실험에서는 젊은이와 노인이 유사한 뇌 반응을 보였으며 네트워크의 공간적 분포나 활성화 수준이 거의 비슷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언어 처리와 같이 특정 기능에 특화된 뇌 부위가 기능적 유연성이 더 높은 범용 네트워크인 다중 요구 네트워크보다 노화에 대한 회복력이 더 강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주의력, 작업 기억, 인지 제어와 같은 실행 기능은 나이가 들면서 저하되지만 어휘력과 독해력 같은 언어 능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더군다나 노인들은 때로는 젊은이들보다 독서를 더 많이 하고 언어에 노출된 시간이 더 많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를 이끈 에벨리나 페도렌코 MIT 뇌·인지과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언어 능력 같은 특수 기능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발달해 노화의 영향을 덜 받지만 지식 축적이 아닌 상황 대처 능력과 유연성이라고 할 수 있는 다중 요구 네트워크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라며 “노인의 언어 능력 향상은 마치 점점 더 많은 데이터로 훈련된 대규모 언어 모델과 같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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