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자본주의가 아무리 험해도 사랑을 막을 순 없을 것”

오경진 기자
수정 2026-08-24 14:17
입력 2026-08-24 14:17
“제가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을 쓰고 강연을 다닐 때 이야기입니다. 어느 독자가 그러더군요. ‘왜 선생님은 역사와 사회에 관한 소설만 쓰고 연애와 사랑에 관한 소설은 쓰지 않으십니까.’ 느닷없는 질문을 받고 멈칫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후로도 20년 가까이 다른 소설을 쓰다가 마침내 사랑 이야기를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가 조정래(83)가 장편소설 ‘서리꽃’(해냄출판사)으로 돌아왔다. 전작 ‘황금종이’ 이후 3년 만이다.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조정래는 “장편소설은 이 책이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라고 예감했다. 낯간지러운 연애 이야기는 잘 쓰지 않는 조정래는 어째서 마지막 장편의 주제를 사랑으로 삼았을까. 어느 날 한 술자리에서 듣게 된 덕담 때문이다.
“후배 작가 김훈이 말하길 ‘태백산맥’을 잘 읽어 보면 거기에는 춘향전을 능가하는 사랑 이야기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나이는 자꾸 들어가는데 소설을 쓸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고 있죠. 인생을 마무리하면서 독자들이 원했던 사랑 이야기를 쓰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었어요.”
‘서리꽃’은 시 쓰는 철학도 이재이와 그의 시에 그림을 그렸던 미술학도 윤소인의 사랑 이야기다. 재이는 맨손으로 수천억원 규모의 기업을 일군 아버지의 뜻에 따라 경영학을 공부하길 강요받지만, 그럼에도 꿋꿋이 철학을 고집한다. 5년간 유학을 떠나지만, 소인을 향한 사랑은 깊어만 간다. 두 사람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조정래는 간담회 내내 아내 김초혜 시인을 향한 애정을 감추지 않으며 좌중에 웃음을 선사했다. 조정래와 김초혜는 동국대 국문과에서 인연을 맺었고 1967년 결혼했다. 내년에 회혼(결혼 60주년)식을 치른다고 한다.
“세상이 어떻게 변해도 인간이 세끼 밥을 먹고 사는 한, 어떤 방법으로든 사랑을 창조하게 돼 있습니다. 제가 소설에 썼듯 자본주의가 아무리 험악해도 사랑을 막을 순 없습니다. 사랑의 영원성과 확신, 그것이 바로 이 소설의 주제가 될 것입니다.”
오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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