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 결함 이용해 빠르게 냉각시키는 기술 개발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수정 2026-08-23 12:02
입력 2026-08-23 12:02
나노 고분자 코팅이 적용된 고효율 응축 구리관 개념도 화학 기상 증착법(iCVD)으로 형성한 나노 고분자막이 구리관 표면에서 수증기의 액적 생성을 촉진하고, 생성된 액적을 빠르게 제거하는 과정을 표현한 개념 이미지.

카이스트 제공


국내 연구진이 발전소와 담수화 설비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전자기기 냉각 성능을 개선할 수 있는 기술을 내놔 주목받고 있다.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생명화학공학과 공동 연구팀은 극도로 얇은 고분자 코팅막 두께와 구조를 조절해 수증기가 물로 변할 때 물방울은 더 많이 생기고 생긴 물방울은 더 빨리 떨어지게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렸다.

수증기가 물로 변하는 응축은 차가운 음료수 컵 표면에 물방울이 맺히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산업 현장에서는 발전소의 증기를 다시 물로 바꾸거나 바닷물에서 민물을 얻고 전자기기에서 발생한 열을 식히는 데 이용된다.

응축 과정에서는 표면에 생긴 물이 얼마나 빨리 빠져나가는가가 중요하다. 보통 금속 표면에서는 작은 물방울들이 서로 합쳐져 얇은 물막을 만드는데 이 물막이 열이 빠져나가는 것을 가로막아 열전달 효율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물이 작은 물방울 형태로 맺혔다가 계속 떨어져 나가면 새로운 표면이 반복해서 드러난다. 물막이 형성돼 표면을 계속 덮고 있는 대신 물방울이 생기고 떨어지는 과정이 빠르게 반복되는 적상응축이 생기면 열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이전에도 관련한 기술이 있었지만 물방울이 처음 만들어질 자리를 늘리기 위해 표면을 울퉁불퉁하게 만들면 물방울이 잘 떨어지지 않게 된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면 물방울은 잘 떨어지지만 새 물방울이 만들어질 자리가 줄어들게 된다.

나노 고분자 코팅 관련 연구 성과 개념도

카이스트 제공


연구팀은 이런 문제를 고분자막의 결함으로 여겨졌던 나노 크기의 작은 알갱이를 활용해 해결했다. 고분자막은 플라스틱과 비슷한 성질의 고분자 물질을 표면에 얇게 입힌 코팅막이다. 기체 상태의 원료를 표면에 입혀 아주 얇은 고분자막을 만드는 화학 기상 증착법(iCVD)을 활용했다. 연구팀은 고분자막을 얇게 만들자 표면에 나노 크기의 작은 알갱이가 촘촘하게 생겼고 이것들이 물방울이 처음 맺히는 씨앗 자리 역할을 했다. 그 결과 얇은 고분자막에서는 두꺼운 막보다 물방울이 약 3배 많이 생겼다. 여기에 열처리를 더해 물방울이 표면에 달라붙는 힘도 줄여 물방울이 크게 자라기 전에 쉽게 떨어질 수 있도록 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 연구의 핵심은 물방울을 많이 만드는 것과 동시에 빨리 없애도록 해 열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연구팀은 실제 응축기에 많이 쓰이는 구리관에 고분자막을 입혀 성능을 확인한 결과 물막이 생기는 일반 구리 표면보다 열전달 성능이 최대 약 5.5배 높은 수준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물을 잘 튕겨내는 기존 발수 코팅 표면과 비교해서도 50% 이상 높은 성능을 보였다.

교신저자인 남영석 기계공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에 결함으로 여겨졌던 나노 구조를 물방울이 잘 생기도록 돕는 요소로 활용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발전소나 산업용 열교환기에 적용하면 열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담수화·수분 포집 장치에서는 물을 더 효과적으로 모으고 전자기기에서는 열을 빠르게 빼내 냉각 성능을 높이는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연구진. 왼쪽부터 남영석 기계공학과 교수, 김준수 박사과정 연구원. 원사진 왼쪽부터 임성갑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강민정 박사과정 연구원.

카이스트 제공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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