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과 고령화, 의료 이용의 가파른 증가 속에서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걱정은 하나다.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돌아오는 것 아닌가” 재정이 어려워지면 보험료율 인상은 불가피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다만 얼마나 올릴 것인가를 묻기 전에 지금의 부담이 과연 공정하게 나뉘어 있는가부터 물어야 한다. 모든 가입자의 부담을 일률적으로 늘리기 전에 현행 부과 기준에 누락과 불균형은 없는지 먼저 점검해야 한다.
부담의 형평성은 사회적 자원을 배분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잣대다. 같은 부담 능력에는 같은 책임을, 더 큰 부담 능력에는 그에 맞는 역할을 요구하는 것이 공정한 사회의 원칙이다. 국민의 공동 부담으로 운영되는 건강보험 역시 이 원칙을 외면할 수 없다.
그동안 부과체계는 여러 차례 개선되어 왔지만 실제 소득과 보험료 부담 사이 간극은 여전하다. 소득이 있음에도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달라진 경제활동을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영역이 있기 때문이다. 근로 형태와 소득 원천이 다양해진 오늘, 가입 유형이나 소득의 종류가 아니라 실제 부담 능력이 보험료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부과체계 개편 논의는 단순히 보험료를 더 걷기 위한 정책으로는 안 된다. 부과돼야 할 소득에는 합리적으로 부과하고, 변화한 경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생긴 불균형을 바로잡는 과정이어야 한다. 구체적인 방안은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하나, 실제 부담 능력이 보험료에 온전히 반영되도록 부과 기반을 정비하는 방향 자체는 더 미룰 수 없다.
이 정비가 제대로 이뤄지면 일부 가입자에게 쏠려 있던 부담의 왜곡이 바로 잡히고 전체 가입자에게 돌아갈 일률적인 보험료율 인상 압력도 낮아진다. 부과체계 개편은 곧 국민 전체의 인상 부담을 덜어내는 대안의 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에게 보험료 부담 증가는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니라 누가 어떤 기준으로 얼마만큼 부담을 지는 것이 타당한지를 따지는 논의에 있다. 개편으로 부담이 커질 수 있는 계층에는 충분한 이행 기간과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공정한 부과체계는 그동안 전가된 부담의 왜곡을 바로잡아 국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것이다.
건강보험 개편을 판가름할 기준은 “더 많이 걷는가”가 아니라 “더 공정하게 나누는가”다. 공정성에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갖춘 개편이라면 소비자는 이를 제도의 왜곡을 바로잡는 과정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보험료율을 논하기 전에 부과의 공정을 먼저 세우는 것, 그것이 건강보험이 국민의 신뢰를 지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