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사건 평균 처리기간 ‘142일’
검사, 수사 못 해 ‘증인’에 더 집중
사실관계 확인 등 법원 부담 증가
고질적 문제 ‘재판 지연’ 심화 우려
오는 10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법정의 풍경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공소유지를 위한 증인신문이 길어지고, 절차적 적법성을 다투는 경우도 늘면서 지금도 문제로 지적되는 재판 지연이 보다 심각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17일 법조계에 따르면 개정된 형소법에 검사의 보완수사를 대체할 ‘사실관계 확인’ 절차가 신설됐지만,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으면서 결국 검사 입장에선 입증을 위해 증인을 법정에 불러 신문하는 경향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 심리로 지난 10일 열린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차관 등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사건 공판에서 이영선 부장판사는 “새로운 형사소송법까지 고려했을 때 (검사가) 수사를 더 이상 할 수 없는 입장이라, 공소유지하는 쪽에서 관련 내용을 증인신문을 통해 현출할 수밖에 없어 증인신문이 길어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지난 4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에 앞서 담소를 나누며 “이제 판사도 재판하며 수사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검사가 증인신문을 적극 활용하려고 할수록 심리는 길어질 것”이라며 “진정한 의미의 공판중심주의가 구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사건의 사실관계 증명에 대한 부담이 법원에 넘어간 셈”이라며 “판사는 피고인뿐 아니라 검사를 상대로도 각 증거가 효력이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본안 판단 외에 절차적 적법성 판단에 들이는 시간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재경지법의 부장판사는 “피고인 측에서 공소기각을 주장하면 심리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면서 “대법원에서 판례로 정리되기 전까지는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재판 지연은 법원의 고질적 문제로 거론된다.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2025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형사 재판 1심 합의부의 평균 사건 처리 기간은 구속 사건이 142일, 불구속 사건이 219.7일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공판중심주의 기조가 강해질수록 사건 처리 기간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재판 과정에서 새로운 범죄 혐의가 포착되더라도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공소청 검사가 추가 범죄 정황을 포착하면 수사기관에 수사를 요청하고, 그 결과를 넘겨받아 다시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까닭이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위증의 경우 법정에서 정황이 포착되더라도 수사가 지연되는 사이에 관련자들끼리 말을 맞추거나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나친 우려는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인할 수 있도록 2022년 관련법이 시행되면서 재판 지연이나 무죄 판결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결과적으로 큰 영향이 없었다”면서 “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른 재판 지연 여부도 뚜껑을 열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리·서진솔 기자
2026-08-1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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