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GPU는 투자 자산” … 월가, AI에 710조 몰아준다

민나리 기자
민나리 기자
수정 2026-08-12 00:26
입력 2026-08-11 19:58

엔비디아, 대형 금융 6곳과 MOU
AI 데이터센터 등 미래 수익 토대
하이퍼스케일러·연구소 자금 지원

블랙록 “금융공학의 다음 단계”
삼전닉스 HBM 수요 증가 기대
GPU 안정적 수익 창출은 변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뉴스1


엔비디아가 블랙록·블랙스톤 등 월가의 대형 금융사들과 손잡고 5000억 달러(약 710조원)가 넘는 자금을 인공지능(AI) 인프라 시장에 끌어들인다. AI 데이터센터 투자비가 급증하면서 고객의 자금 조달 자체가 부담으로 떠오르자, 향후 데이터센터에서 벌어들일 수익을 토대로 돈을 빌려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살 수 있도록 금융권과 자금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10일(현지시간)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와 블랙록, 블랙스톤, 브룩필드자산운용, 골드만삭스, KKR 등 6곳과 AI 컴퓨팅 금융 플랫폼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들 금융사는 하이퍼스케일러와 AI 연구소, 기업 등이 데이터센터를 짓고 엔비디아 장비를 도입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공급한다. 5000억 달러는 이미 확보된 돈이 아니라 앞으로 금융권을 통해 조달할 목표액이다. 엔비디아도 잠재 거래의 최대 25%인 1250억 달러까지 손실 위험을 떠받치는 방식으로 자금 조달을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구조는 발전소나 상업용 부동산의 자금 조달과 비슷하다. 발전소가 앞으로 전기를 팔아 벌 돈을 근거로 건설비를 빌리듯, AI 사업자도 GPU와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할 컴퓨팅 사용료를 토대로 자금을 조달한다. 기업은 막대한 초기 투자비를 모두 자체 자금으로 부담하지 않아도 되고 금융사는 향후 현금흐름을 보고 돈을 댄 뒤 이자와 투자수익을 얻는다. 엔비디아로서는 고객의 자금 부족으로 데이터센터 건설과 GPU 구매가 늦어지는 일을 줄일 수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CNBC 인터뷰에서 “기술 칩이 투자 가능한 자산군이 된 것은 사실상 처음”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엔비디아 칩을 수익을 창출하고 생산적이며 수명이 긴 자산으로 규정하면서 컴퓨터가 이제 “전기나 인터넷처럼 인프라의 일부”가 됐다고 말했다. GPU도 여러 고객과 AI 작업에 계속 활용하면서 장기간 수익을 낼 수 있는 생산설비라는 논리다.



월가의 대형 금융사들도 AI 컴퓨팅을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봤다. 래리 핑크 블랙록 CEO는 CNBC에서 이번 시도를 1970년대 주택저당증권(MBS)의 등장에 빗대며 ‘금융공학의 다음 미래’라고 평가했다. AI 데이터센터의 미래 수익을 토대로 대출과 투자상품이 만들어지면 컴퓨팅 인프라 자체가 새로운 자산시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당장은 보험사와 연기금, 사모자본 등 기관투자가가 중심이지만 관련 금융상품이 늘어나면 개인투자자에게도 간접 투자 기회가 열릴 가능성이 있다.

관건은 GPU가 집이나 발전소처럼 장기간 안정적인 자산가치를 유지할 수 있느냐다. GPU는 기술 교체 속도가 빨라 차세대 칩이 나오면 기존 장비의 수익성과 가치가 예상보다 빠르게 떨어질 수 있다. AI 서비스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막대한 데이터센터 투자비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금융사까지 손실을 떠안을 가능성도 있다. 엔비디아가 GPU의 긴 수명과 다른 고객에게 옮겨 쓸 수 있는 유연성을 거듭 강조하는 것도 이런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월가의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한꺼번에 참여한 것은 AI 인프라 투자가 당분간 더 커질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모건스탠리는 하이퍼스케일 클라우드 업체들이 2026~2028년 AI 인프라에 3조 5000억 달러를 투입하고 전체 구축 규모는 8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면 HBM과 서버용 D램·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 확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동시에 네이버 등 국내 AI 인프라 사업자에게는 GPU 확보와 함께 글로벌 기관자금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끌어오느냐가 투자 속도를 좌우하는 경쟁력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민나리 기자
2026-08-12 B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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