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올리면서…정부는 10년간 국고지원 19조 덜 냈다

이현정 기자
수정 2026-08-11 12:30
입력 2026-08-11 12:30
역대 정부 지원율 13~14%대 그쳐
10년간 법정 지원 기준 한 번도 못 채워
이재명 정부 예산 지원율도 14.2%
보험료 인상 앞서 국고지원 확대 지적
정부가 건강보험료 상·하한선 인상을 추진하는 가운데 정작 지난 10년간 건강보험 국고지원금은 법정 기준보다 19조 4531억원 덜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 당기수지가 올해 1분기 4조원 가까운 적자로 돌아선 상황에서 가입자 부담을 늘리기에 앞서 정부가 법정 국고지원 기준부터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법정 지원 기준보다 매년 1조 4000억~2조 4000억원가량 적게 지원했다. 10년간 덜 낸 국고지원금은 총 19조 4531억원에 달한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과 국민건강증진법상 정부 지원 기준은 해당 연도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로, 일반회계에서 14%, 담뱃세로 조성한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6%를 부담하게 돼 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실제 지원율은 한 번도 20%에 이르지 못했다. 2016년 15.0%였던 지원율은 2017년 13.6%, 2018년과 2019년에는 각각 13.2%로 떨어졌다. 이후에도 13~14%대에 머물러 지난해 지원율은 14.3%에 그쳤다.
국고지원 부족은 정권이 바뀌어도 반복됐다. 정권별 연평균 지원율은 박근혜 정부 14.3%, 문재인 정부 13.7%, 윤석열 정부 14.1%였으며 올해 이재명 정부 예산에 반영된 지원율도 14.2%로 법정 기준에 크게 못 미쳤다.
국고지원은 기준에 미달했지만 정부가 추진한 의료정책에는 건강보험 재정이 대거 투입됐다.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지원에 2조 8695억원, 의정 갈등에 따른 비상 진료체계 운영에 3조 1467억원, 필수 의료 지원에 3조 2514억원이 들어갔거나 투입될 예정이다. 세 사업을 합치면 9조 2676억원에 이른다. 국가 의료정책에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할 필요가 있더라도 그만큼 정부가 법정 국고지원 기준은 지켰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강보험 재정은 올해 들어 적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이미 1분기 수입은 22조 4416억원, 지출은 26조 3405억원으로 당기수지가 3조 898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30조 2217억원이었던 누적 적립금도 26조 3228억원으로 줄었다.
국고지원이 기준에 못 미친 주요 원인으로는 정부가 보험료 예상 수입을 실제보다 낮게 추계해온 점이 꼽힌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5년간 보험료 예상 수입을 실제보다 총 9조 8000억원 적게 잡았다. 예상 수입을 기준으로 국고 지원액을 산정하다 보니 정부 부담액도 함께 줄어든 것이다.
국민건강증진기금 지원에 설정된 상한도 문제다. 법에는 보험료 예상 수입의 6%를 지원하게 돼 있지만 실제 지원액은 담배부담금 예상 수입의 65%를 넘을 수 없다. 이 때문에 건강증진기금의 실제 지원 비율은 2020년 3.0%에서 지난해 2.1%까지 떨어졌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정부 지원액을 불확실한 보험료 예상 수입 대신 확정된 전전년도 결산 수입을 기준으로 산정하고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국고지원 일몰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이유로 가입자 부담을 늘리기 전에 정부의 재정 책임부터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현정 기자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