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유산 전수는 선택 아닌 소명”
김임훈 기자
수정 2026-07-29 00:48
입력 2026-07-29 00:48
장인이 밝힌 ‘전통 지킴이’ 외길
전영인 망건장 “외조모부터 3대째”박명배 소목장 “전통 목가구도 예술”
국가유산청 제공
스스로 내린 결심이 아니었다. 소명이었고 생계였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대한민국관 부스에서 시연을 펼친 국가무형유산 망건장 전영인 보유자와 소목장 박명배 보유자가 밝힌 장인들의 시작이었다.
조선시대 사대부 남성이 상투를 틀 때 머리카락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이마에 두르던 망건. 집에서 말총(말의 갈기나 꼬리털)을 가려내며 망건을 짜던 외할머니와 어머니의 손을 보며 자란 전영인 보유자는 “놀면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기술을 익혔다”고 했다.
외할머니 고 이수여 망건장 명예보유자가 1987년 한국 2번째 보유자로 지정되었을 때를 그는 “놀이처럼 하던 손일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된 순간”으로 기억한다. 이어 어머니 강전향 보유자가 2009년 지정된 후 “나 역시 받아들여야 할 삶의 소명”임을 직감했다고 한다.
전수장학생과 이수자로 현장을 지켜오던 그는 2024년 마침내 보유자 인정에 이르며 3대째 맥을 잇고 있다. 전영인 보유자는 “우리 조상들이 외출할 때 늘 망건을 써서 이마를 가다듬었다는 사실만큼은 꼭 기억해 주길 바란다”는 소박한 소망을 덧붙였다.
소목장은 사랑방과 안방에 들일 사방탁자, 문갑, 창호 등 생활 가구를 정교한 짜맞춤 기법으로 만드는 장인이다. 소목장으로의 시작을 묻는 질문에 박명배 보유자는 “40여년 전 진로를 설정하는 것 자체가 사치였기에 생계를 위해 연장을 들었다”이라고 회상했다.
전통이 대중과 멀어지면 소멸한다는 위기의식 속에서 그는 후계자 양성에 헌신하고 있다. 제자들에게 3년간 무상으로 소목 기술을 전수하는 대신 “기술을 배우면 반드시 공방을 차려 맥을 잇겠다”는 서약을 받는다. 경제적 부담 대신 ‘계승의 책임’을 지우는 방식으로, 그렇게 배출한 제자 24명은 전국 각지에서 공방을 열고 전통 목가구를 만들며 약속을 지키고 있다.
그는 “소목장을 단순한 생활 가구 제작자가 아니라 예술가로 봐달라”면서 “문화유산이라 하면 흔히 국보 건축물 같은 유형유산만 떠올리지만, 그 형태를 만들어 내고 삶을 채우는 것은 결국 기능을 지닌 무형의 손길”이라고 강조했다.
부산 김임훈 기자
2026-07-2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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