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자 수 틀리자 다른 투표소에 분산”…선관위 ‘숫자 맞추기’ 의혹

김유민 기자
수정 2026-07-27 06:28
입력 2026-07-27 06:28
6·3 지방선거 당일 전국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투표자 수를 수정한 사례가 최소 72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역에서는 투표자 수가 한꺼번에 6000명 넘게 늘었고, 최초 입력 이후 12시간이 지나서야 오류를 바로잡기도 했다.
27일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실이 중앙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시간대별 투표수 수정보고 이력’에 따르면 지방선거 당일 전국 255개 구·시·군 선관위 가운데 56곳에서 모두 72건의 수정 보고가 이뤄졌다.
선거 관리시스템에 입력한 내용을 고치려면 수정 사유를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 시·도 선관위는 해당 사유를 확인한 뒤 수정을 허용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보고서에는 ‘기재 누락으로 인한 정정’ ‘투표자 수 변경’ 등 추상적인 설명만 적힌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인천 검단구는 오후 4시 기준 투표자 수를 5만 4665명으로 보고했다가 6만 1276명으로 변경했다. 한 번에 6611명이 늘어난 것이다. 경남 사천에서는 오후 12시 투표자 수가 1만 5634명에서 1만 9631명으로, 강원 고성군에서는 오전 11시 기준 4392명에서 5639명으로 각각 수정됐다.
한 자리 숫자를 잘못 입력해 수백 명의 차이가 발생한 사례도 있었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 백운동 제1투표소는 41명을 410명으로, 전남 해남군 계곡면은 84명을 284명으로 입력했다가 바로잡았다.
오류를 장시간 방치한 지역도 확인됐다. 경기 군포시는 오전 7시 투표자 수 오류를 12시간 뒤인 오후 7시에 수정했다. 충북 진천군에서는 투표가 끝난 오후 6시 기준 투표자 수가 오후 9시에 변경됐다.
같은 수치를 여러 차례 바꾼 사례도 있었다. 경북 경주시 용강동 제1투표소는 투표자 수를 2162명에서 2161명으로 줄였다가 다시 2162명으로 되돌렸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와 충남 홍성군에서는 서로 다른 시간대의 투표자 수가 똑같이 입력돼 수정됐다.
시간대별 투표율은 투표관리관이 투표자 수를 전화로 읍·면·동 선관위에 보고하면 이를 선거 관리시스템에 입력하고, 구·시·군과 시·도 선관위를 거쳐 중앙선관위로 전달하는 구조다. 여러 단계에서 수기 입력과 전화 보고가 반복되는 만큼 오류 가능성이 있지만, 이를 걸러낼 검증 장치와 수정 기록은 허술했던 셈이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일부 선관위 직원들이 투표자 수를 잘못 입력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정상적인 수정 절차를 밟지 않은 채 과다 입력된 수치를 다른 투표소에 분산한 정황도 수사하고 있다.
합수본은 직원들이 1시간마다 투표 통계가 갱신되는 점을 이용해 다른 투표소의 투표자 수를 조정하고, 이후 시간대에 증가 폭을 줄여 전체 오차를 없애려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오류를 공식적으로 정정하면 사유와 승인 기록이 남지만, 이런 방식으로 수치를 조정하면 전산상 오류 발생과 처리 과정이 제대로 남지 않을 수 있다.
현재 김포를 포함한 경기 지역 2곳과 충청권에서 이 같은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본은 중앙선관위와 관계 지역 선관위를 압수수색하고, 기록을 남기지 않은 투표 통계 변경이 다른 지역에서도 있었는지 확인하고 있다.
다만 공식 수정 사례 72건 모두를 통계 조작으로 볼 수는 없다. 단순 오입력이나 집계 착오를 정상적으로 바로잡은 사례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공개된 내용 역시 시간대별 투표자 수와 투표율 집계 과정에 관한 것으로, 개표 결과나 후보별 득표수가 조작됐다고 단정할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합수본은 오류가 발생한 규모와 수정 시점, 수정 사유, 보고·승인 절차 준수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공식 수정 이력 외에도 선관위 직원들이 기록을 남기지 않고 투표자 수를 조정한 사례가 있는지 전산 자료와 압수물을 분석 중이다.
김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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